선생님 안계신 스승의 날 맞이한 대구시 구지초등학교 학생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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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저희들은 누구에게 꽃을 달아드려야 하나요.선생님 어디 계세요.” 대구시달성군 구지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올해 스승의 날은 슬프기만 하다.'씩씩하게 자라거라'고 늘 말씀하시며 친구처럼 다정하게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셨던 손만섭(孫萬燮.56)교감선생님이 이번 스승의 날에 안계시기 때문이다.

자축해야 할 교무실도 침울하다.함께 즐거워해야 할 동료교사가 자리를 비우고 있어 허전한 마음들이다. 孫교감은 지난해 11월1일 개교기념일을 맞아 교사들과 경주관광을 나섰다가 양북면호암리 기림사에서 실종됐다.7개월째 아무 소식이 없다.

지난해 교감 승진과 함께 이 학교로 부임한 孫교감은 의욕적으로 일해왔다.

학생들이 편하게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애썼고 교사들 사이에서도 덕망있는 교사로 존경받았다.

실종되던 날 孫교감과 함께 있었던 김국빈(金局彬.49)교사는“학생들과 교사들을 위해 열심히 일했고 청렴하고 가정적인 분이셔서 후배 교사들이 많이 따랐습니다.스승의 날 함께 꽃다발을 받으면 좋을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부인 엄석봉(52)씨는“살아계시는지,돌아가셨는지 무슨 소식이라도 빨리 오기만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孫교감은 실종된지 3개월이 지나 2월28일 면직되고 구지초등학교에는 현재 새로운 교감이 부임해와 孫교감을 대신하고 있다.

아직도 교감선생님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는 윤종배(12.6년)군은“선생님이 우리 앞에 반드시 다시 오시리라 믿어요.교감선생님께 드리려고 카네이션을 준비했는데…”라며 울먹였다. 대구=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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