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학생들 “오바마 취임식 가야 … 휴교, 시험 연기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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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0일(현지시간) 열리는 대통령 취임식 참관을 위해 휴교해 달라.”

미국 전역에서 학생들의 이 같은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12일 보도했다. 이들은 “수업을 받는 것보다 취임식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 산 교육”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하버드대 3학년생인 탄뉴 패릭은 “취임식 날로 예정된 기말시험 연기를 위해 온라인 서명에 참여한 사람이 600여 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식을 보기 위해 19일 출발하는 워싱턴행 비행기표를 이미 구입했다.

대학 측은 고민이다. 천재지변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시험 날짜를 바꾸지 않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대학 측은 “시험 연기에 대해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취임식 열풍은 이웃 나라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워싱턴에서 900㎞나 떨어진 캐나다 오타와대 학생들은 취임식 참관을 위해 버스를 임대했다. 이 학교 신입생인 에스란 플래토는 “3~4과목 빼먹는 것을 감수하겠다. 오마바 취임식은 영원한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플래토를 비롯한 동료 학생 50명은 취임식 전날 밤 오타와를 출발, 당일 오전 워싱턴에 도착해 취임식을 지켜본 뒤 곧바로 돌아가는 일정을 짰다.

이 같은 움직임은 사이버 공간에서도 활발하다. 미국의 싸이월드 격인 페이스북에선 학생들이 ‘취임식 날에 휴교를’이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미시간주에 있는 학생여행연합회는 약 50만 명의 학생이 취임식에 참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취임식 때의 5배에 달한다. 연합회의 데비 깁 국장은 “한 버스회사의 경우 보유 차량 50대 중 30대가 학생들의 워싱턴행을 위해 예약됐다”고 전했다. 학부모인 소니아 체슨은 “이는 ‘변화’를 모토로 내건 지난 대선이 젊은이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며 “예전에는 TV를 통해 대통령 취임식을 시청하라고 했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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