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알고 보니 스노보드 강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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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국을 찾은 이란의 스노보드대표팀이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광주=임현동 기자]


 이란 스노보드 대표팀이 국제대회 출전을 위해 한국에 왔다. 그들이 참가에 의의를 뒀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중동에 위치해 ‘사막’을 떠올리게 하는 이란이지만 파미르 고원 등 고원지대에는 눈이 흔하다. 대표선수인 칼호 V 호세인(31)은 “해발 1800m 고지의 테헤란 인근엔 스키장이 4개나 있고, 전국적으로는 60개나 된다”고 말했다. 세예드 모르테조(27)도 “9세 때 스키를 시작한 뒤 눈밭에서 지냈다. 해발 3000m가 넘는 스키장은 자연설이 좋아 유럽인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거들었다.

이광기가 12일 경기도 광주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국제스노보드대회 하프파이프 경기에서 점프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스키·스노보드 실력도 만만치 않다. 이란은 스노보드 알파인 종목에서 한국보다 한 수 위다. 국내 스노보드 관계자들은 “이란은 유럽과 같은 민족(아리안족)이라 키가 크고 체력이 좋아 알파인에서 강세를 보인다”고 전했다. 12일 경기도 광주 곤지암 리조트에서 개막한 국제스노보드대회에 참가한 이란선수들은 1m80㎝가 넘는 키에 탄탄한 체형을 자랑했다.

1970년대까지 이란에서 스키는 왕실 등 상류층만의 스포츠였다. 그러나 이슬람 혁명 이후 일반인도 즐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란에서 스노보드를 타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중반. 유럽을 통해 유입됐다. 현재 이란 내 스노보드 인구는 4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며 협회 등록선수만 200여 명으로 한국(183명)보다 많다. 국제무대에서도 이란이 한국보다 더 대접을 받는다.

이번 대회 평행대회전에 참가하는 세예드 호세인(25·세계 46위)과 칼호 Y 호세인(25·63위)은 한국 최고 랭커인 김용현(18·강원체고·123위)보다 높다. 칼호 V 호세인(31)은 2003년 강원도 용평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컵 평행대회전 우승자다.

이들은 14일 강원도 횡성 현대성우리조트에서 개막하는 세계스노보드선수권에도 출전, 내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출전권을 노린다. 이란은 2년 전 이탈리아 스노보드 챔피언(스노보드크로스 종목) 출신인 타르테르 마우로(32)를 대표팀 수석코치로 영입했다. 그는 “이란은 겨울스포츠 인구가 증가하는 데다 젊은이들이 스노보드에 관심이 많아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광주(경기도)=허진우 기자 ,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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