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인사철 특수..양재동 공판장 하루 매상 5억원난 경매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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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호 05면

8일 오전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 2층 경매장. 100여 명의 중도매인들이 경매사의 입에 시선을 집중했다.
“사임당 특상 네 박스.”

앞다퉈 전자응찰기를 누르는 중도매인들. 동양란과 서양란의 교배종인 ‘사임당’은 이날 화분 1개 9090원에 낙찰됐다. 6일 경매에선 1만3000원까지 갔던 품종인데, 각 기업의 연초 인사가 대략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값이 내린 것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운영하는 양재동 화훼공판장은 전국 1000여 개 농가가 참여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난 도매상가다. 매주 월ㆍ목요일 오전 8시부터 난 경매가 이뤄진다. 하루 평균 경매금액은 2억원 선. 연말연시 기업 인사철과 2월 말∼3월 초 교원 인사철에는 하루 5억원을 넘어선다. 경기도 과천 선화농원 여동규(39) 대표는 “난 재배 농가들이 전국 각 기업ㆍ관공서의 인사 일정을 다 꿰고 있다가 인사철에 맞춰 난을 대량 출하한다. 인사 상황을 모르면 난 장사꾼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화훼공판장은 소비자들이 어떤 품종을 좋아하는지 가장 먼저 파악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8일 경매에 참여한 서울 방이동 트윈난원 문용석(42) 대표는 “요즘엔 싸고 공간을 적게 차지하는 품종이 인기”라고 말했다. 인사철 선물용으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난은 산천보세와 금화산ㆍ철골소심 등의 동양란과, 서양란인 만천홍ㆍ심비디움ㆍ포춘살츠만 등이다. 이들 인기 품종의 화분 개당 가격은 소매가 기준으로 5만∼8만원 정도다. 화분 하나에 동양란은 6∼7촉을, 서양란은 5분을 함께 심어 놓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최근에는 서양란을 1∼3분씩만 심어 단가를 낮춘 ‘미니화분’도 인기다.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난잎에 노란색 무늬가 많은 혜란 등 고가의 동양란을 찾는 사람은 현저히 줄었다. 혜란 화분의 소매가는 10만∼15만원 정도. 무늬가 독특한 경우 20만∼30만원을 넘어가기도 한다. 산천보세와 금화산은 중국이 자생지인 보세란(새해 전후에 꽃이 피어 중국에서 새해 선물로 많이 하는 난)이다. 요즘이 꽃대가 올라오는 시기여서 특히 인기가 높다. 꽃이 화려하진 않지만 은은한 향은 일품이다.

잎 폭이 좁은 철골소심은 여름에 꽃이 피는 ‘하란’이지만, 청아한 아름다움 때문에 사시사철 찾는 사람이 많다. 서양란의 특징은 화려한 꽃이다. 3주면 지는 동양란에 비해 개화 기간도 길다. 특히 호접란의 일종인 포춘살츠만은 꽃이 6개월까지 간다. 1주일에 한 번씩 물만 주면 연노란색 꽃을 반년 동안 즐길 수 있는 셈이다.만천홍 역시 호접란의 일종이지만 기존 호접란보다 꽃 크기가 작다. 부피를 작게 차지해 사무실 책상 위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심비디움은 꽃이 크고 화려하면서 잎은 동양란처럼 길쭉길쭉한 것이 특징이다. 꽃 색깔은 백색ㆍ연노랑ㆍ연두ㆍ분홍 등으로 다양하다. 심비디움은 중국 수출 상품으로도 인기를 끈다. 크고 화려한 꽃을 좋아하는 중국 사람들이 춘절 선물로 심비디움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아서다. 농수산물유통공사 분화팀 박승동(44) 경매실장은 “중국 사람들은 심비디움의 꽃 색깔을 두고 황색은 돈, 적색은 부와 권력, 녹색은 건강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며 좋아한다”면서 “한 해 심비디움의 중국 수출액이 100억원대에 달한다”고 말했다.

서양란의 화려한 꽃은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 된다. 꽃이 지고 나면 볼품 없어진다는 한계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서양란은 아이비나 호야ㆍ산호수 등 아기자기한 소재와 함께 심어 팔고 있다.

※방수진(경희대 국문과4)ㆍ김현일(서울대 동양화과3) 인턴기자가 기사 작성을 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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