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중독증-외국의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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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지난달 미국 CBS방송은 인기프로그램인'48시간'을 통해 아이오와주에 사는 샤론 힉스라는 50세 여성의 쇼핑중독증 이야기를 내보냈다.

그녀의 신발장에는 자신의 발에 맞지않는 구두를 포함해 69켤레의 신발로 가득했고,주말마다 근처 쇼핑몰에 들러 이미 청소년이 된 두아들 몫으로'스타워즈''엑스맨'의 장난감을 샀다.심지어 소녀들의 장난감인'바비'인형까지 구입했다.차고에는 뜯지도 않은 각종 의류.생활용품들이 가득했다.

매주말 2백~3백달러씩의 불필요한 상품들을 구입해온 그녀는 과거 부유했던 살림살이를 축내고 현재는 남편 몰래 2만5천달러의 신용카드 빚을 지고 있는 상태.미국에서는 이같은'쇼핑중독증'을 단순한 과소비차원이 아닌 알콜.마약중독.대식증(大食症)과 같은 차원의 정신질환으로 취급한다.

필요하지 않는 상품을 마구 구입하고는 자기가 구입한 상품이 뭔지 제대로 기억도 못하고,쇼핑이 불가능해지면 심리적.육체적 부작용이 일어나는 상태가 바로 쇼핑중독증이다.

미국의 주요 병원들은 이들을 위한 치료.재활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쇼핑중독증 치료약으로'플루복사민'이 개발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환자들에게 투여되고 있다.

미국 전체 성인인구의 약 6%정도가 쇼핑중독자로 추정되는 상태.시카고에 있는 로욜라의대의 조사결과로는 장난감.공구등을 사모으는 남성 쇼핑중독자들도 있지만,대부분은 교육을 잘받은 중산층 여성들로 10대 후반부터 의류.신발.보석류를 사모으는 것으로 밝혀졌다.이 병원에 등록된 쇼핑중독자들의 절반정도는 우울증과 같은 정신장애를 갖고 있고,12%는 과시욕이 강한 사람,기타 소수가 대식가나 약물중독자였다.쇼핑중독 이유로는 대부분이 쇼핑을 통해 불만을 해소하거나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것.특히 여성들의 경우는 남편에 대한 관심을 끌거나 훼방.보복심리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서섹스대학 조사결과에 따르면 유럽연합(EU)지역의 선진국들도 국가별로 2~10%의 쇼핑중독자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효준.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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