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과감한 금리인하 … 이젠 구조조정과 재정투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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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국은행이 시장의 기대대로 기준 금리를 0.5%포인트 내렸다. 이로써 기준 금리는 연 2.5%로 사상 최저를 기록하게 됐다. 한은은 예상보다 경기가 더 위축되면 금리를 추가 인하할 여지도 남겼다. 이번 기준 금리 인하에 따라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은 상당히 완화될 게 분명하다. 날개 없이 추락하는 경기침체에도 다소 제동이 걸릴 것으로 기대된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이후 기준 금리를 2.75%포인트 인하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위기가 닥쳐오면 금융정책의 무게 중심을 물가안정에서 실물경제 회복으로 옮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올 상반기 최악의 경기침체가 예고되는 가운데 한은의 신속하고 과감한 결단을 환영한다.

기준 금리를 내린다고 금융시장이 안정되기를 바라는 것은 현재로선 성급한 기대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파격적인 기준 금리 인하가 꼬리를 물었지만 자금경색 현상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은행 주변의 단기시장엔 돈이 넘쳐나지만 정작 기업들은 유동성 고갈에 아우성치고 있다. 중앙은행의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전체 자금시장의 ‘빈혈 증상’은 해소되겠지만, ‘돈맥경화’ 증상이 치유되지 않는 한 자금이 실물 부문까지 흘러들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이런 사각지대를 줄이고 어떻게 기업까지 돈이 효과적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느냐가 관건이다.

한은의 금리인하 폭이 시장의 기대보다 작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돈이 막힌 곳까지 흘러드는 게 훨씬 중요하다. 우선 기업 구조조정 작업부터 신속히 마무리지을 필요가 있다. 경제주체들 사이의 불신부터 걷어내야 불확실성이 줄어든다. 정부는 과감하게 재정 투자를 늘리고 보다 신속하게 집행해야 한다. 그래야 시장에 안도감을 불어넣고 돈맥경화를 치유할 수 있다. 경제정책은 제대로 조합을 이룰 때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한은의 기준 금리 인하가 더 큰 효과를 내려면 신속한 구조조정이라는 산업정책, 정부의 과감한 재정정책이 함께 맞물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