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유치원 갑작스런 폐쇄에 갈 곳 없어진 유치원생 2백76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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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유치원이 법원경매로 넘어 가 문을 닫을 판이 됐는데도 아무런 조치없이 보고만 있다가 어린애들을 갈 곳없이 만든 교육청이라는 곳은 도대체 뭘 하는 곳인지 알 수가 없네요.” 유치원 설립자(김승)의 부인이자 건물주인 朴정희씨가 빌려 쓴 돈때문에 7일부터 예고없이 문을 닫은 부산시부산진구당감3동 개금주공아파트 3단지내 행운크로바유치원앞에 학부모들이 모여“갑자기 유치원을 폐쇄하면 아이들은 어떻게 하느냐”며 발을 동동 굴렀다.유치원생 2백76명이 당장 갈 곳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맞벌이 부부도 많은데 갑자기 문을 닫으면 아이들을 어디다 맡겨야 할 지….” 유치원생들도 굳게 걸어잠근 유치원을 보고 그만 울음을 터뜨린다.유치원의 폐쇄는 건물과 땅이 경매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기 때문.건물주 朴씨가 유치원 건물과 땅(3백63평)을 담보로 보험회사.신용금고에서 24억원을 대출받았다가 갚지 못해 95년 11월 법원경매로 건물과 땅이 모두 제3자인 具인석씨에게 넘어갔다.具씨는 이에 따라 건물주 朴씨에게 그동안 비워줄 것을 요구했으나 나가지 않자 강제인수에 나서 6일 오후 법원의 부동산 인도명령에 따라 유치원 집기를 모두 들어 내고 폐쇄한 것이다.

학부모들은“5월달 회비도 모두 냈는데 사전 통보도 없이 갑자기 문을 닫았다”며“이미 2월21일자로 법원의 강제인수 명령이 났는데도 신입생을 받아 3월 개원하게 해 준 동부교육청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분개했다.

이에 대해 동부교육청은“이 유치원이 더 이상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유치원생들을 인근 유치원으로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부산=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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