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진의 서핑차이나] 2009년 중국의 소망은 ‘부저텅(不折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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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위대한 목표는 공산당 창립 100년이 되는 해까지 십 수억 인구가 보다 나은 수준의 혜택을 받는 소강(小康)사회 건설입니다. 또한 신중국 성립 100년이 되는 해까지 기본적인 현대화를 실현하여 부강하고 민주적이며 현대적이고 조화로운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우리가 동요하지 않고(不動搖), 태만하지 않으며(不懈怠), 설치지 않고(不折騰), 확고부동하게 개혁개방을 추진하며, 확고부동하게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길을 걷는다면 반드시 이 웅대한 목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해 12월1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개혁개방30주년 기념식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한 말입니다. 이날 장장 2시간여에 걸친 연설의 핵심은 두 가지였습니다. ‘개혁개방 혁명론’과 ‘3불(不) 이론’입니다.

동요하지 않고(不動搖), 태만하지 않으며(不懈怠), 설치지 않고(不折騰)라는 3불 이론은 중국 네티즌과 영국 BBC등 해외 매체에서 해석을 두고 많은 논란을 벌였습니다.

우선 ‘동요하지 말라’는 것은 덩샤오핑(鄧小平)이 1992년 초에 행한 연설에서 나온 말입니다. ‘게으름 피지 말라’는 지난 30년 중국인의 생활 모습 자체였습니다. 문제는 ‘설치지 말라’는 ‘부저텅’의 해석입니다.

‘절등(折騰)’을 단국대 동양학연구소에서 편찬한 ‘한한대사전’에서는 “휘저어 들춤”이라고 해석해 놓았습니다. 용례로는 ‘홍루몽 62회’의 “조그만 일이 생기면 바로 방울을 흔들고 북을 쳐, 소란을 피우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要是一點子小事便揚鈴打鼓, 亂折騰起來, 不成道理)”라는 구절을 들었습니다. 즉 ‘절등’은 휘저어 들추 듯 소란스러워진다는 뜻의 중국 북방 방언입니다. 개혁개방 30주년 기념식과 같은 중요 연설에 국가 주석이 사투리를 썼다는 자체는 큰 파격입니다. 이에 대해 신화사는 논평에서 “이 같이 엄숙하고 중요한 회의에서 군중이 익숙한 말을 썼다는 것은 문장 작성에 있어서 당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높이 평가했습니다.

또한 ‘저텅’은 뜻이 여러 개인 단어입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것이죠.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에서 낸 중한사전을 보면 “▶잠자리에서 뒤치락 거리다, ▶되풀이 반복하다, ▶고민하다, ▶괴롭히다, ▶고생하다, ▶소란을 피우다, ▶낭비하다”라고 7가지 뜻으로 '저텅(折騰)'을 풀이해놓았습니다. 문맥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이야깁니다. 게다가 '저텅'의 주체를 놓고도 여러 설이 분분합니다. 후주석의 연설에서는 ‘우리’가 주어였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중국 인민을 뜻하는지, 중국공산당을 뜻하는지, 정부관리들을 뜻하는지 확실치 않습니다. 네티즌들이 문제를 거는 지점이죠. “누구는 설쳐도 되고 누구는 설치면 안되냐”는 네티즌들의 항의성 글이 올라오고 있다고 합니다.

우선 뜻 부분은 여러 매체들을 종합해 보면 ‘소란을 피우다, 설치다’로 정리가 되고 있습니다.
'저텅'의 주체 부분은 정리가 안 되는 분위깁니다.

싱가포르 신문 연합조보(聯合早報)는 5일자에 ‘새해 소망:부저텅(不折騰)’이란 칼럼을 실었습니다.
“2008년 한해는 중국이 확실히 ‘설쳤던(折騰)’ 한 해였다. 베이징 올림픽, 선저우 7호, 소말리아 해적 소탕선 파병, 항공모함 건조 계획 발표 등 무수한 중국의 ‘대국굴기’가 있었다. 그런데, 중국의 2009년은 ‘어떤 큰 일도 발생하면 안 되는’, ‘설쳐서는 안되는(不折騰)’ 한 해다”라는 내용의 글입니다. 특히 후진타오 주석의 신년 첫 주의 연설 세 곳에서 모두 사회안정을 역설했다고 강조합니다. 후주석은 섣달 그믐에 발표한 신년사에서 “군중이익과 관련된 난점과 문제점을 빨리 해결해야 한다”, 1일에 열린 전국 정협 신년 다과회에서는 “사회의 조화와 안정을 지켜야”한다고 말했고, 4일 열린 무장경찰부대 공산당위원회 제1기6차 전체회의에서는 “사회 조화 안정을 유지 보호해야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요약하면 ‘설치지 말라’가 중국인의 새해 소망이라는 것입니다.

티베트 봉기 50주년, 6·4 천안문 사태 20주년, 파룬궁 중난하이 시위 10주년인 2009년 과연 중국이 설치지 않을 수 있을지 예의 주시해야 하겠습니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 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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