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널브러지다/ 너부러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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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2009년이 꼭 일주일 지났다. 새해를 맞아 세운 계획들이 일주일도 못 가 작심삼일로 끝나진 않았는지 다음 문제를 풀면서 되돌아보자.

㉮ 새해에는 방 청소를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일주일도 못 가 방에 잡동사니가 (널브러져/널부러져/너브러져/너부러져) 있다.

㉯ 새해에는 술을 끊으려 했는데, 어젯밤 술에 취해 한동안 바닥에 (널브러져/널부러져/너브러져/너부러져) 있었다.

㉰ 새해에는 아침형 인간이 돼 보려 했는데, 주말에 밤새워 군인들 시체가 여기저기 (널브러지는/널부러지는/너브러지는/너부러지는) 전쟁 영화를 보고는 다음 날 늦잠을 자고 말았다.

‘널부러지다’와 ‘너브러지다’는 사전에 없는 잘못된 단어다. ‘널브러지다’와 ‘너부러지다’가 올바른 표기다. 그런데 그 의미는 서로 다르다.

‘널브러지다’는 ‘너저분하게 흐트러지거나 흩어지다/ 몸에 힘이 빠져 몸을 추스르지 못하고 축 늘어지다’를 의미할 때 쓸 수 있다. ‘너부러지다’는 ‘힘없이 너부죽이 바닥에 까불어져 늘어지다/ (속되게) 죽어서 넘어지거나 엎어지다’는 의미로 쓰인다.

따라서 ㉮는 ‘널브러져’, ㉯는 ‘널브러져/ 너부러져’ 둘 다 가능하고, ㉰는 ‘너부러지는’이 정답이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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