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를 뽑아내는 지혜, 에너지 믹스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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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은 환경선진국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려면 스웨덴 제2의 도시 예테보리로 가보면 된다. 예테보리는 도시의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에너지 정책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환경 상품을 만드는 벤처기업에 세금을 낮춰주고 녹색소비 운동을 하는 단체에는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예테보리는 인구가 50만명 안팎에 불과하지만 육지와 바다에 걸쳐진 지형적 혜택 덕분에 풍요한 삶을 꾸리고 있다. 스칸디나비아 최대의 조선업 도시로 해양기술로 인한 수입이 적지 않은데 무역도 활발해 원자재 및 자동차 산업 또한 이곳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자동차 메이커인 볼보의 본사도 예테보리에 있어서 자동차업계의 핵심들이 이곳으로 모여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어업량도 무시할 수 없으니 이래저래 복 받은 도시임이 틀림없다. 걱정이라곤 없을 것 같은 이 도시의 가장 큰 골치거리는 다름 아닌 환경이다. 이에 예테보리는 “벌어들이는 수익의 일정 부분을 반드시 환경에너지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믿는다.

예테보리 운하

‘에너지 믹스’ 정책으로 석유 의존도 줄인다
예테보리는 스칸디나비아 반도 서해안에서 가장 큰 공업도시다. 공업의 요소들은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볼 베어링과 해운업, 자동차 산업은 굵직한 요소에 해당된다. 공업지대라고 하면 삭막하고 지저분한 환경이 연상되므로 관광객들에게 외면을 받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곳은 예외다. 이곳의 산업은 도시의 북쪽 섬에 집중돼 있어 공장의 거대한 굴뚝들이 강 건너로 나란히 서 있는 것이 진풍경이다. 굴뚝 따위가 어떻게 좋은 풍경이 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겠지만 예테보리에서는 가능하다. 거대한 굴뚝 사이로 풍력발전 프로펠러가 돌고 있는데 맑은 하늘을 닮은 파란색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동화적인 풍경이 연상된다. 당국에서는 도시의 미관과 시민들의 환경 의식을 고취시키고자 이 같은 미술적인 효과에 크게 신경을 써왔다. 그 덕분에 입소문이 퍼져 이제는 관광객들이 이 공장지대의 거대한 프로펠러를 보기 위해 일부러 도시를 찾고있다.
예테보리의 감탄할 만한 환경은 역시 바닥에서부터 다시 일어난 결과다. 1960~70년대 예테보리는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수많은 공장들이 가동되다보니 돈은 계속 유입됐지만 환경은 무차별적으로 망가지고 있었다. 산책과 호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지만 악명 높은 오염을 감수하며 맘 편히 하천 산책로를 걷는 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오염의 가장 큰 원인은 가정에서 사용하는 난방연료와 공장의 굴뚝에서 나오는 유독가스였다 고도 성장기를 겪으며 사람들은 한 동안 환경에 대해서 무심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예테보리 사람들은 유럽의 다른 도시보다 일찍 환경의 중요성을 인지했다. 고도 성장의 과열 속에서도 환경을 위한 규제들을 만드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게 10년 동안 노력한 끝에 도시를 괴롭혀왔던 유독 가스를 기준치 이하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 도시가 위대한 것은 단순히 오염만을 극복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도시를 더럽히는 유독 물질들을 사용가능한 에너지로 재생산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것은 혁신과 같은 것이었다. 대대적인 혁신 끝에 1982년 폐열을 이용한 지역난방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지금 예테보리에서 사용되는 에너지 중 75% 가량이 버려진 폐열을 이용하고 있다. 그 중 절반가량은 정유공장에서 나오는 폐열이며 나머지 상당부분은 쓰레기를 태워서 얻은 열을 이용하여 도시를 움직이고 있다.
예테보리 사람들은 자신들이 만든 깨끗한 거리를 매일매일 행복하게 산책한다. 하천과 바다의 수질은 상급이며 환경의식이 높은 시민들로 인해 쓰레기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만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투시경을 쓰고 땅 밑을 들여다본다면 각종 폐열을 모아 도시 곳곳에 전달하는 파이프들이 보일 것이다. 대부분의 파이프들이 정유공장과 쓰레기 소각장, 그리고 열펌프가 내장된 하수관으로 연결돼 있다. 이 파이프들은 도시민들의 삶과 지구의 자연을 동시에 돌보는 지혜의 혈관과도 같다. 버려지는 열을 파이프 속으로 모아서 도시의 에너지원으로 쓰고 있는 이 시스템은 이른바 ‘에너지 믹스 시스템’으로 부르며 마치 수혈을 하듯 이웃 동네에 에너지를 공급하기도 한다. 결국 예테보리는 석유에 95% 이상 의지했던 과거 시스템에서 벗어나 지금은 겨울철에나 잠시 석유를 사용한다. 의존율로 따지면 1%에도 못 미치는 사용량이다. 시민들과 도시를 병들게 했던 유황성분은 이제 예테보리 안에서 찾아볼 수 없으며 풍력과 수력, 태양열을 이용한 천연에너지 사업은 날로 성장하고 있어서 모든 지구인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계속)

협조 / 이노우에 토시히코, 사계절 출판사 (번역 김지훈)
주요 참고문헌/ 세계의 환경도시를 가다 (이노우에 토시히코ㆍ스다 아키히사 편저)
기타 참고문헌 / 작은 실험들이 도시를 바꾼다. (박용남), 친환경 도시 만들기 (이정현), 도시 속의 환경 열두 달 (최병두), 친환경 도시개발정책론(이상광) /
사진출처 plestrel.com

워크홀릭 담당기자 설은영 e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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