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면 잠수교 물벼락 … ‘반포 분수’ 어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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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를 한쪽 방향에서만 튼다’ ‘잠수교 입구에 물벼락 주의 푯말을 세운다’ ‘잠수교를 걷는 사람에게 우비·우산을 빌려준다’….

서울 반포대교 ‘무지개 분수’의 4월 가동을 앞두고 분수가 내뿜는 물이 잠수교로 들이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가 검토 중인 아이디어다.

지난해 10월 시범가동 때 반포대교 분수 물줄기가 한강으로 시원스레 떨어지면서 황홀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그러나 바람이 초속 4 이상 세게 불면 물이 잠수교 안쪽으로 들이치는 문제점이 발견돼 서울시가 대책을 세우느라 고심하고 있다. 분수는 4월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중앙포토]


무지개 분수는 반포대교 양쪽 측면 570m 구간 양측 1140m에 설치된 380개의 노즐에서 20m 아래 한강으로 물을 뿜어내도록 설계됐다. 서울시는 117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난해 4월 말 공사를 시작했다. 분수가 조명·음악과 함께 어우러지며 춤추듯 떨어져 잠수교를 감싸 안는 장관을 연출해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상징으로 꼽힌다. 지난해 10월에 시범 가동해 ‘환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시는 4~10월 낮 12시부터 매일 다섯 차례, 3시간 동안 분수를 틀 예정이다.

그러나 시범가동에서 심각한 문제점이 발견됐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면 반포대교 아래의 잠수교로 물이 들이쳐 지나가는 사람과 차가 물벼락을 맞게 된다는 것. 잠수교 차도를 왕복 4차로에서 2차로로 줄이는 대신 인도와 자전거 도로를 넓혀 다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분수를 감상하도록 한다는 서울시의 희망사항이 바람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박기형 과장은 “초속 4m 이상의 바람이 불 땐 분수 모양이 흐트러지고 물이 들이치는 정도가 심해진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황성진(59)씨는 “시범운영 때 바람이 불어 1차로까지 물이 날리는 바람에 와이퍼를 작동시켜야 했다”며 “분수를 가동하는 날에는 창문을 닫고 지나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기술적인 보완책을 마련하라”고 관계자들에게 지시했다. 그러나 분수 설치가 끝난 시점에서 물이 잠수교의 인도 쪽으로 불어오는 것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아이디어가 ‘반쪽 분수’다. 반포대교 양쪽에서 물을 쏘게 돼 있는 분수를 바람의 방향에 따라 한쪽만 틀겠다는 계획이다. 박기형 과장은 “다리 중간에 설치된 풍속 센서를 이용해 풍속의 정도에 따라 분수 작동을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방법이 제대로 실효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박 과장은 “교량 분수는 국내에서 처음 하는 시도인 데다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처음 한두 달 정도 운영한 후 경험을 축적해야 제대로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안은 또 있다. 다리 양 끝부분에 대여소를 만들어 100~500원의 보증금을 받고 우비와 우산을 빌려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안 역시 시민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자전거를 타고 잠수교를 자주 지나는 박재화(55·사업)씨는 “매번 우비를 입고 자전거를 탈 수 없지 않느냐”며 “분수 가동 시간을 피해 다니거나 다른 길을 이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현진(20·입시준비)씨는 “이용하기가 번거로워 보행자들이 얼마나 이용할지 의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는 잠수교로 들어가는 입구에 ‘물보라 주의’ 안내판을 설치해 시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겠다는 대책도 마련해놓고 있다. 한양대 김홍배(도시개발경영학) 교수는 “초기 단계에서 종합적이고 기술적인 검토가 안 돼 발생한 문제”라며 “미적인 측면과 쾌적성 외에도 편익이라는 측면에 대한 종합 고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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