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심각한 임기말 官紀문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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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현정권의 임기말이 가까워오고 한보-김현철게이트 등으로 사회분위기가 혼란스러워진 틈에서 공직사회의 기강문란이 심각해지고 있다.일선 민원공무원이 업무처리를 고의로 늦춰 급행료를 챙기는가 하면 공사의 단가(單價)를 올려주고 자동차를 뇌물로 받은 공무원이 나왔다.뿐만 아니라 불법오락실 단속정보를 미리 귀띔해 주고 돈을 받은 경찰관이 있는가 하면 군기밀을 업자에게 넘겨준 장교들까지 있었다.

임기말이 다가오면서 공직사회의 기강해이가 복지부동에서 부패만연으로 악화되는 추세다.게다가 중앙부처의 고급공무원들까지 근무중 이석(離席)이나 근무태만이 빈번하다는 소식이고,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업무보다 선거를 의식한 활동과 인기사업에 더 신경쓰는 현상도 눈에 띄고 있다.시장이 한보의 돈을 받은 부산과 도지사가 대선주자로 뛰는 경기도의 경우 행정공백의 우려가 광범하게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처럼 지금 중앙.지방 할 것 없이 관기(官紀)문란.행정공백이 심각한 문제로 등장하고 있는데도 정부에선 이렇다 할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아무리 임기말이라고 해도 이런 식으로 남은 열달을 떠내려보내서는 안된다.느슨해지기 쉬운 임기말일수록 기강을 잡는 정부의 노력은 강화돼야 한다.

우리가 보기에 대통령이 지금 공직기강확립에 적극 나설 입장은 아니다.대신 고건(高建)총리를 중심으로 한 내각이 적극 나서야 한다.행정9단이란 소리를 듣는 高총리가 직접 문제를 파악하고 기강확립방안을 마련해주기 바란다.각부처 장관들도 이런 특별한 시기가 요구하는 특별한 사명감.책임감을 갖고 업무와 공무원을 장악.독려해 나가야 한다.

감사원을 위시한 정부의 각종 사정.감사기능도 이런 시기엔 전면 가동돼야 한다.지금 우리는 정치.경제적으로 엄청난 시련에 직면하고 있는 터에 사회의 가장 중요한 안정요소가 돼야 할 관료들마저 흔들리고 부패한다면 앞으로 열달동안 나라꼴은 더욱 절망적이지 않을 수 없다.정부와 각 자치단체들은 특별한 문제의식을 갖고 임기말의 공직기강확립에 적극 나서기를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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