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 만점 받는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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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 2400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김경돈(18·대원외고3)군은 그러나 “스스로 재밌어 하는 활동을 찾아서 해오다 보니 어느새 실력도 쌓이더라”며 머쓱해 했다.

차곡차곡 쌓인 독서와 시청각 학습의 힘
김군이 좋아했던 첫 번째 활동은 독서. 하지만 “고전은 재미없어 안 읽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초1~2학년을 미국에서 보내고 초4~중1학년을 말레이시아에서 보낸 김군은 미국 작가의 판타지 시리즈를 파고 들었다. 특히 Dragon Lance시리즈는 10번 가까이 반복해 읽었다. 그러다보니 책에 등장하는 모든 어휘가 자연히 습득됐다. 김군은 “판타지 소설이라고 해도 고급 어휘가 많이 사용돼 공부에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역사를 좋아했던 김군은 학교에 다녀오면 디스커버리 채널을 보는 게 일이었다. 학원에 거의 다니지 않아 TV를 볼 시간적 여유가 많았단다. 차곡차곡 쌓인 독서와 시청각 학습의 힘은 경시대회에서 발휘됐다. 중학교 때까지 부산에서 지낸 김군은 중3이 돼서야 친구를 통해 우연히 IET(당시 대원외고와 고려대 사범대 주최 영어 대회)에 대해 알게 됐다. 별 준비 없이 치른 시험에서 지역 금상을 받았다. 그러나 목표로 하는 외고 진학을 위해서는 아쉬운 성적이었다. 두 번째 시험을 치러야 했지만 시험 일정을 챙기는데 소질이 없던 김군은 자칫하면 응시 기회를 놓칠 뻔했다. 간신히 응시한 대회의 결과는 전국 대상. 대원외고의 경시대회 전형을 통해 내신 11%라는 불리한 점수를 뒤집을 수 있었다.

각종 토론·모의 유엔대회 잇따라 참여
고등학교에 와서도 “책은 달고 살았다”는 김군. 여전히 고전 작품보다는 재밌게읽을 수있는 현대 베스트셀러들을 골랐다. 또 독서 못지않게 김군이 좋아했던 활동은 토론. 각종디베이트 대회, 모의 유엔,모의 국회, 모의 법정 등에 참여했다. 그동안 활동 경력이 25회 정도에 이른다. 김군은 “대회에 참가할수록 노하우가 쌓이고, 다른 대회 정보도 얻게 된다”고 귀띔했다. 대회를 준비하다 보면 영어 실력이 쌓이는 것은 물론이다. 평소 방치했던 영어신문도 관심 분야가 생기면 모두 찾아 샅샅이 읽는다. 여기에 타 학교 학생들과의 인맥이
생기는 것은 덤. 이제 대회에 나가면 ‘노장’ 대접을 받는다는 김군은 최근 우승을 거머쥐었던 NSDC(National Schools Debating Championship)가 기억에 남는다. 대회가 끝난 뒤 한 학생이 다가와 “형 이름을 많이 들어봤는데 이렇게 함께 토론해 봐서 좋았다”고 말을 건넸단다. 또 대회의 틀을 직접 만들어 가며 준비했던 모의 국회 역시 보람된 활동으로 기억된다고. 김군은 “토론 준비를 위해 책과 신문을 읽으면서 배경지식이 쌓여 SAT·AP 공부에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수학 실수 줄이려 문제풀이 연습
SAT 공부 비법으로 꾸준한 단어 암기및오답 노트 작성을 꼽았다. 중급 수준까지의 어휘는 그동안 읽은 판타지 소설로 학습이 충분히 되었다. 고급 어휘는 쉬운 단어로 말을 바꾸어 자기만의 문장으로 ‘연상 암기’를 했다. 이를테면, spurious라는 단어가 ‘가짜의’라는뜻이고 spur가 기사(騎士)와 연관된 어두라는 데 착안, ‘그 기사는 가짜다’라고 문장을 만들어 암기했다. 또 수학은 실수를 줄이기 위해 문제풀이 연습을 계속했다. 그 결과 올해 1월에 2240점을 받았던 김군의 SAT 성적은 10월 시험에서 만점을 기록했다. 덩달아 iBT토플 점수도 가뿐히 117점을 받았다.
김군은 “선배들의 다양한 경험을 들어보고 이를 참고해 계획을 세우되, 자신만의 테마를 정해 활동 경력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밌게 할 수 있는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토론대회 경험이 유학에 도움이 된다지만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면 이만큼할 수 없었을 거예요. 특정 분야에 대한 흥미는 자연스레 이력서에도 드러나는 법이죠.”수시모집에서 조지타운대에 합격한 김군은 하버드·프린스턴·예일·스탠퍼드·컬럼비아·다트머스 등 미국 명문대에 정시 지원할 예정이다.  

프리미엄 최은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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