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난 문재인 시민사회수석 역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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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소식지인 '청와대 브리핑'을 만드는 국정홍보비서관실 관계자는 2일 문재인 시민사회수석을 인터뷰하려다 포기했다. 문 수석의 일정이 너무 빡빡해 짬을 내기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청와대 식구조차 그를 만나기 어렵다. 문 수석은 이날 보훈단체들을 돌며 의견을 듣는 등 내내 외부 일정을 소화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정 2기를 맞아 최측근 문 수석을 앉히며 신설한 시민사회수석실의 역할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시민사회수석실은 노 대통령이 정부와 민간부문 간의 협력을 통한 국정운영을 뜻하는 '거버넌스(governance)'를 실행하려고 만든 조직"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직무정지 기간에 탄핵 촛불시위를 보며 "저렇게 참여 의지가 강한 국민의 지지를 얻는 유일한 방법은 합의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제 세상은 이념 대립의 시대에서 거버넌스 경쟁의 시대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고 윤태영 대변인은 전했다.

정부 주도형 정책결정 구조를 탈피해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통한 통치로 전환하는 작업이 문 수석에게 맡겨졌다는 설명이다.

문 수석은 이를 위해 당분간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각종 시민단체와 종교계 등을 적극 접촉할 계획이라고 한다.

시민사회 측과의 의사소통 창구가 되겠다는 것이다. 수석실 내에 설치된 사회조정 1, 2, 3비서관실은 이런 협의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갈등 현안을 조정하는 기능을 맡는다. "통일.외교, 산업.경제, 사회 등으로 주담당 분야를 나누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문 수석이 다루게 될 사안이 국정운영 전반에 관련돼 있는 셈이다.

문 수석의 역량이 시험대에 오를 첫 과제는 전국 10개 지역에서 유치 청원서를 제출한 원전수거물관리센터 후보지 선정 작업이 될 것이라고 한다.

한 관계자는 "각 지역에서 벌써 반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부안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부처가 절차를 지키는지, 의견 수렴은 투명하게 이뤄지는지 등을 면밀히 관리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다음으로는 주한미군 기지 이전 문제가 꼽힌다. 다른 관계자는 "각각 다른 이유로 이전을 반대하는 의정부와 평택지역 주민들의 입장을 수렴하는 방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전했다. 새만금사업 등도 진행 중인 현안으로 분류됐다.

문 수석은 지난달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노사관계 토론회에 참석해 지난해 심각한 갈등 현안이었던 노사 문제의 조율에도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그러나 "노사관계를 갈등 조정 차원에서 다루는 건 적절치 않다"는 노 대통령의 방침에 따라 사회정책수석실이 주무를 맡고 필요시 지원하는 쪽으로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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