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온라인 교실] 사재기는 가격폭등 부추겨 시장에 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Q : 신문을 보니 중간상인의 사재기를 단속한다는데요. 어떤 근거로 단속하는 것인가요. <독자 박인근>

A : 조선 후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의 소설 '허생전'을 보면 사재기에 관한 내용이 있습니다. 장안의 갑부 변씨에게 만냥을 빌린 허생이 경기도 안성으로 내려가 대추.감.배 등 과일을 두배 값에 사들였다가 10배 값으로 되팝니다. 제주도에 내려가 말총을 죄다 사들였더니 망건 값이 10배로 뛰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요즘 경제학 용어로 보면 매점매석으로 돈을 번 것이지요.

매점(買占)이란 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해 물건을 마구 사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매석(賣惜)은 물건 값이 오르면 폭리를 취하려고 물건 팔기를 꺼리는 것입니다.

매점매석은 물가안정법(제4조,14조)에 의해 처벌(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을 받습니다. 재정경제부 장관이 생산업자.유통업자.소비자 누구든 업종을 지정해 조사하고 처벌할 수 있습니다.

올 초 원자재 파동으로 철근 값이 뛰자 도매상들이 철근을 사재기했다가 적발됐습니다. 1989년 외환위기 때에는 CJ.동방유량 도매상들이 식용유를 창고에 트럭째 쌓아두고 있다가 검찰 수사를 받았습니다.

매점매석을 처벌하는 이유는 뭘까요. 이 행위가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나고 경제질서를 어지럽히기 때문입니다. 전쟁이 난다는 소문에 돈 많은 사람이 라면을 몽땅 사재기한다면 서민들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허생은 매점매석을 가리켜 "백성을 해치는 일"이라며 "후세에 만약 이 방법을 쓴다면 반드시 나라를 병들게 만들 것"이라고 일갈했습니다.

이종태 경제연구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