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 SUV·경차 요즘 왜 잘 팔리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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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불황과 고유가 시대가 계속되면서 차를 새로 구입하는 사람들이 지난해보다 30%가량 줄었습니다. 그래서 자동차 회사들은 요즘 연초에 잡았던 판매 목표를 다시 내려잡고 판매전략을 새로 짜느라 분주하다는군요.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유독 잘 팔리는 차가 있습니다. 바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배기량이 800cc 이하인 경차입니다. 왜 그럴까요.

◇SUV는 기름값 부담이 절반=SUV는 휘발유를 사용하는 승용차와 달리 대부분 경유를 사용합니다. 현재 휘발유값의 도매가는 ℓ당 1317원인데 반해 경유는 851원입니다.

기름값의 판매가 중 약 66%가 세금입니다. 그런데 경유의 세금은 휘발유에 붙는 세금의 절반밖에 안 됩니다. 따라서 그만큼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거죠. 예를 들어 휘발유에는 559원의 교통세와 100.6원의 주행세가 포함되는데 경유에는 각각 255원과 45.9원만이 부과됩니다.

또 경유는 연비도 뛰어납니다. 예를 들어 2000cc인 승용차 쏘나타는 휘발유 1ℓ로 약 9㎞ 남짓 달립니다. 그런데 똑같은 배기량의 싼타페는 경유 1ℓ로 약 11㎞를 운행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차량의 연간 평균 운행거리는 1만9454㎞인데요, 똑같은 배기량의 쏘나타는 2069ℓ의 휘발유를 사용하고 싼타페는 1752ℓ를 쓰는 셈입니다. 기름값으로 따지면 연간 쏘나타는 272만4873원이 들고 싼타페는 이보다 123만3921원이 적은 149만952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리고 SUV는 승용차보다 훨씬 다양한 용도에 사용할 수 있어요. 출퇴근용은 물론 스포츠용이나 가족들끼리 나들이 갈 때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비포장 도로 같은 곳을 달릴 때 SUV는 승용차보다 차체 바닥이 높아 돌뿌리 등에 부딪힐 위험이 적어 편리합니다.

◇경차는 혜택 더 많아=경차는 배기량이 800cc 미만인 차들입니다. 정부는 에너지 소비량이 적은 경차를 많은 사람이 타도록 유인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혜택을 주는 겁니다.

전 세계의 모든 나라가 우리와 비슷한 혜택을 경차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먼저 세금을 살펴보면 쏘나타를 살 때는 특소세와 취득세.등록세 등을 포함해 모두 약 371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그런데 경차를 사면 부가세 60만원만 내면 됩니다. 나머지 세금은 모두 면제되는 것이죠.

또 경차는 같은 휘발유를 사용하는 큰 차들보다 연비가 훨씬 뛰어납니다. 쏘나타가 휘발유 1ℓ로 9㎞를 달린다고 했는데, 경차는 무려 두배에 가까운 17㎞를 운행할 수 있습니다. 공식연비를 기준으로 경차는 쏘나타 같은 중형차보다 연간 연료비가 최고 81% 이상 절약됩니다.

다른 혜택도 많습니다. 고속도로 통행료가 일반 소형차보다 50% 적습니다. 고속도로뿐만 아니라 인천신공항 고속도로 같은 모든 유료도로를 통과할 때도 50%의 통행료 할인 혜택을 받습니다. 주차료도 할인됩니다. 모든 공영 주차장에서 50%, 지하철 환승주차장에서는 80%를 각각 할인받습니다.

또 한 가구가 차량 두대를 보유하면 중과세되는 데 경차는 여기서도 제외됩니다. 경차의 도로점유율이 작아 도로 이용 극대화는 물론 주차난 완화와 교통소통에도 기여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이 밖에도 앞으로 경차에 대한 혜택을 더욱 늘려간다는 방침을 갖고 있습니다.

◇신형차는 모두 SUV와 경차=올 들어 국내 자동차회사들이 새로 발표한 차량은 모두 SUV 같은 RV차량이나 경차입니다. 경기불황 장기화와 고유가시대를 맞아 알뜰한 차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차를 발표하고 있는 셈입니다.

올해 국산차 중 가장 먼저 나온 새차는 지난 2월 출시된 기아의 1000cc급 경차 모닝이었습니다. 배기량이 800cc를 넘어 비록 경차 혜택은 받지 못하지만 2008년부터 경차에 포함됩니다.

지난달 말까지 7383대가 팔렸습니다. 이어서 현대의 투싼이 3월에 발표됐습니다. 투싼은 SUV를 찾는 소비자들의 요구와 딱 맞아떨어지면서 발표 첫날 6133대가 계약돼 최근 3년간 출고된 차량 중 최고의 계약고를 기록했습니다. 지난달말까지 총 1만425대가 판매됐습니다. 다음으로 지난달 쌍용의 다목적차량 로디우스가 나왔습니다. 로디우스도 지난 달 말까지 9100여대의 계약을 기록 중입니다. 3개 차종의 판매대수는 모두 다른 일반 승용차의 판매율을 두배 이상 웃도는 수치입니다.

◇SUV란=차를 찾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맞게 승용차와 트럭의 기능을 합해 개발한 차들을 다목적 차량인 MPV(multi-purpose vehicle)라고 부릅니다. MPV는 크게 레저용 차량인 RV(recreational vehicle)와 스포츠용 차량인 SUV(Sports Utility Vehicle)로 나뉩니다. 이 중 SUV는 스포츠용으로 사용하는데 필요한 비포장 도로 같은 험한 길을 달리는 능력에 초점이 맞춰 개발된 차량입니다.

그런데 도심의 출퇴근 이용자들을 위해 최근엔 승차감을 대폭 향상하고 열선 내장형 가죽 시트나 리모컨 작동 시스템 등 같은 고급 승용차에서 볼 수 있는 기능들이 추가되고 있습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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