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성 몸 구석구석 '인체 영상' 만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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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 한국인 인체 영상의 컴퓨터 화면.

의사가 아니면 인체를 해부해볼 수 없다. 내시경으로 위나 대장 등에 들어가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그러나 인터넷에서는 가능하다. 이승에서 죽은 한 한국인 남자를 디지털 세상에서 완벽하게 부활시켜 놨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약 4년에 걸쳐 지난해 한국인 인체 영상을 완성해 인터넷(www.kisti.re.kr)으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여기에 들어가면 인체를 해부해 볼 수도 있으며, 심장이나 간.신장 등 장기별로 하나씩 돌려보기도 하고,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이를테면 인체 교육용 디지털 영상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위 내시경으로 위를 관찰한다고 해보자. 내시경을 선택한 뒤 위로 내려가면서 식도를 거쳐 위.십이지장 등을 자세히 볼 수 있다. 마치 의사처럼 위의 이모저모를 탐험할 수 있는 것이다. 위를 속에서뿐 아니라 겉을 돌려 가면서도 역시 관찰이 가능하다. 회전 원판 위에 위를 올려 놓고 돌려보듯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뿐만 아니라 인체의 모든 장기를 그런 식으로 볼 수 있다. 해부도로 가상 해부도 가능하다. 수술용 칼로 복부를 째면 복부의 피부가 열리며 색깔이며, 피부의 층이 실물처럼 드러난다. 혈관이 어떻게 분포돼 있고, 어느 부위에서 가지를 치는지 등도 영상에 선명하게 나타난다.

이 영상을 이용하면 환자들이 자신의 몸 구조를 훨씬 쉽게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사람은 장기가 어느 곳에 위치해 있는지 대강만 알 뿐이다.

한국인 인체 영상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 만든 것보다 정교하다. 미국의 '휴먼 비지블'보다 더 선명하고, 인체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다. 미국의 영상은 영상을 촬영할 때 시신을 사전에 톱으로 네토막낸 뒤 1㎜ 간격으로 채를 썰듯 썰어 찍었다. 이 때문에 톱질한 면은 영상 자체를 만들 수 없었다. 한국인 인체 영상은 그렇게 토막을 내지 않았다.

또 시신 절단면의 사진을 찍기 전에 하는 자기공명단층촬영도 미국 것은 머리 부분만 했다. 우리나라 영상은 전신을 자기공명단층촬영을 했다.

정보통신부는 앞으로 여성의 신체와 태아의 신체 영상 제작도 착수할 계획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인체 영상을 만들어 놓자 중국과 대만도 자국인의 영상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그들은 우리나라 기술진에게 기술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인체 영상을 보려면 홈페이지에서 별도의 가상해부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아 설치해야 한다. 의과대학 등에는 전체 영상을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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