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본 자동차업계 희비 쌍곡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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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국=흐림,일본=맑음.'

한국과 일본 자동차업계간에 희비쌍곡선이 그려지고 있다.

한국업계가 내수.수출이 모두 부진해 홍역을 치르고 있는 반면 일본업계는 내수.수출에서 괄목할만한 약진세를 보이며'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 달러화에 대한 원화절하 폭이 엔화절하 폭의 절반 수준에 그쳐 일본산 자동차의 가격경쟁력이 급격히 높아졌다.따라서 국산차의 수출전망은 더욱 어둡게 됐다.

일본 자동차업계의 2월 내수판매 실적은 모두 66만5천5백대(경차 제외)로 지난해 같은달보다 11.0% 증가했다.이는 일본 자동차업계의 역대 2월 판매실적중 최고기록.3월에도 10%이상의 신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이같은 내수신장은 일본차가 엔저영향으로 수입차보다 가격경쟁력이 강화된데다 4월의 자동차소비세 인상전에 다양한 판촉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한국 자동차업계의 내수사정은 전혀 딴판이다.

2월 현대.기아.대우등 한국 승용차 3사의 내수판매는 모두 9만7천2백대로 지난해 동월의 10만8백대보다 3.6% 감소했다.이들 3개사의 1~2월 내수실적은 16만6천6백대로 지난해 동기의 23만2천2백대보다 38.3%나 줄었다.

3월 들어서도 이같은 내수시장 침체국면이 이어져 국내 7개 완성차 업체들의 3월 내수판매 물량은 11만9천8백대에 그쳤다.

일본업체들은 또 엔화약세에 힘입어 우리의 수출 주력시장인 미국등지에서 차값 할인공세를 펼치고 있어 우리 업계는 이중고를 겪고있다.

미국 GM 계열사인 새턴의 홍보담당책임자 그레그 마틴은“일본 업체의 공격적인 판매공세에 따라 경쟁업체들의 미국시장 판매가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마틴에 따르면 일본업체는 미국시장 판매제품에 2천달러 가량의 리베이트를 적용하는등 대대적인 판촉공세에 나서고 있다는것.

95년 6월에서 올 1분기 사이에 리베이트등을 감안한 일본차의 미국내 평균 판매가는 1만7천8달러에서 1만2천7백40달러로 줄었다.

이 때문에 도요타 코롤라.혼다 어코드등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경쟁력 높은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어 이를 깨는게 미국뿐 아니라 한국업체들의 목표이기도 할 것이라고 마틴은 말했다.

하지만 같은기간 한국 승용차의 미국내 평균 판매가는 1만8백4달러에서 1만1천7백84달러로 9.1% 올랐다.국산차의 미국시장 점유율도 95년 상반기 2.3%에서 2월말에는 1.5%로 낮아졌다.

최한영(崔漢英)현대자동차 부장은“한국과 일본 자동차의 품질차이는 여전한데 일본업체들이 저가(低價)공세를 펼치고 있어 수출가격이 점차 좁혀지고 있다”며“이에따라 국산차의 수출가격을 낮추지 않을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일본 업체들은 내수.수출의 호황국면에 힘입어 임시 생산직원 숫자도 최근 1년새 1만5천여명으로 늘었다.

이는 내수부진으로 조업단축까지 단행해야 하는 한국 자동차업체들과 명암이 크게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박의준 기자〉

<사진설명>

한국 자동차업계가 20만대에 육박하는 자동차 재고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반면 일본 자동차업계는 호황을 기록해 명암이 대비되고 있다.사진은 한

국내업체의 재고 차량이 줄지어 서있는 모습. 〈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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