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씨 꾀병 의혹 - 뚜렷한 실어증 없는데 한마디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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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말을 못하는 것인가,안하는 것인가.'

15일 뇌졸중으로 서울대병원에 긴급 입원한 정태수(鄭泰守)한보총회장의 실어증과 반신마비에 대해 강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담당의사인 서울대의대 노재규(盧宰圭.신경과)교수는 16일“鄭회장의 마비증세란 것이 정상과 가까울 정도로 경미하며 실어증을 설명할만한 신경학적 원인이 확실치 않아 정신과 교수의 자문을 의뢰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鄭회장의 우측 반신마비는 근력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0등급에서 정상인 5등급까지 나눌 때 정상 바로 아래 단계인 4등급에 해당된다는 것.무거운 짐을 들지 못할뿐 일상생활은 모두 가능한 수준이다.

鄭씨는 말을 알아들으면서도'으'하는 단발음마저도 하지 않고 있는데 이 또한 진찰소견과 검사결과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의료진의 견해.따라서 鄭씨가 일부로 말을 하지 않는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鄭회장의 뇌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을 판독한 한문희(韓文熙.진단방사선과)교수도“MRI상 과거 뇌경색을 암시하는 가벼운 징후들이 나타난 것은 사실이나 鄭회장의 실어증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며“정밀진단을 위해 조만간 재촬영을 실시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16일 브리핑에서 병세도 혈전이 뇌혈관을 막아 생긴 허혈성뇌졸중에서 단지 뇌동맥 일부가 좁아져 발생한 저혈류성 뇌졸중으로 평가절하됐다.

盧교수는“鄭씨의 실어증이 뇌졸중보다 전환장애란 정신과적 문제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전환장애란 스트레스등 정신적 문제에서 마비등 신체이상이 비롯되는 질환.작위적인 꾀병과는 다르다.

하지만 鄭씨가 지난 91년 수서사건과 95년 비자금사건으로 구속됐을 때에도 같은 증세를 호소해 풀려난 전력이 있어 의혹의 여지가 있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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