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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짜리 ‘명품 한우’ 도전하는 장수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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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북 장수군 천천면 에 있는 한우 유전자뱅크를 찾은 장재영 군수右와 김형주 수정란이식팀장이 전국에서 골라 온 최고 품종의 한우들을 살펴보고 있다. 장수=프리랜서 오종찬

지난해 12월 31일 찾아간 전북 장수군 천천면 반월리 ‘한우 유전자뱅크’. 해발 500~600m의 고지대 벌판 한가운데 자리 잡은 목장의 우리에는 우람한 한우들이 가득했다. 두툼한 뿔과 깨끗하고 선명한 눈·코·입 등 용모들이 빼어났다.

이 중 눈망울이 유난히 초롱초롱하고 활기찬 움직임을 보이는 송아지들이 눈에 띄었다. 윤기가 흐르는 짙은 황색 털에 이마 중앙과 눈썹 위, 어깨 주변의 가마 모양·위치가 마치 판박이처럼 똑같다. 태어난 지 9개월째인 ‘활력이’ 세 자매들이다. 이들은 충남 오창과 경남 거창에서 가장 잘생긴 아비·어미 소의 유전자 형질을 물려받았다. 김형주 수정란이식팀장은 “활력이는 태어날 때부터 일반 소들보다 체중이 2~3㎏ 더 무겁고 현재도 키·몸길이 등 외형이 10~20%가 더 크고 좋다”며 “이처럼 좋은 형질을 물려받은 소끼리 교배를 거듭하면 결국에는 최고의 경쟁력을 지닌 한우가 태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구 2만8000여 명의 작은 산골 마을인 장수군이 ‘세계 최고의 축산 왕국’의 꿈에 도전하고 있다. 첩첩산중에 들어선 한우 유전자뱅크가 그 전진기지다. 유전자뱅크는 유전자 개량을 통해 좋은 혈통의 한우를 얻으려는 사업이다. 농축산물 수입 개방에 대비한 한우 개량사업은 20~30년 전부터 농림수산식품부·농협 등서 꾸준히 추진해 왔다. 대부분은 수소(종모우)에서 좋은 씨를 받아내는 데 목적을 둬 왔다. 밑소(암소·종빈우) 개량까지 포함하기는 장수군이 처음이다. 예산이 많이 들어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엄두를 내기 쉽지 않은 이 사업은 장재영(63) 군수가 드라이브를 걸었다. 3년 전 50여억원을 들여 51만㎡ 규모의 유전자뱅크를 조성한 것이다. 장 군수는 40년간 직접 소를 길렀고 현재도 목장을 경영하고 있다. 그는 “명문 혈통의 수소와 암소를 결합해 만든 수정란으로 좋은 송아지를 얻는 작업을 2대, 3대로 이어가면 최고급 한우를 얻게 된다”며 “장수 한우의 경쟁력을 세계 최고로 끌어올려 전체 농민을 억대 부농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유전자뱅크에는 국내 최고의 암소 233두가 있다. 강원·경상 지역 등 전국을 돌면서 구해 온 이들 암소는 난자를 제공, 대리모 역할을 겸한다. 정자는 농협의 한우사업단 등을 통해 최고 우수 품종의 종자를 공급받는다. 이렇게 골라 결합한 수정란은 실험실에서 다시 선별 작업을 거친다. 이 목장의 대리모에 이식한 뒤 10개월을 키워 송아지를 생산한다.

이 과정에는 세심한 정성이 들어간다. 특히 직경 2~3㎜, 길이 50㎝쯤 되는 주입기 튜브를 소의 난자에 넣어 착상을 시키는 수정란 이식 작업은 까다롭고 힘들다. 이식팀원들은 10~20년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들이다. 이들은 추운 겨울이면 수태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수정란 주입기 튜브를 가슴에 품고 다닐 정도라고 한다. 유전자뱅크 사업에는 서울대·전북대·건국대 등이 함께 참여한다.

장 군수는 “현재 최고 등급이 ++인 우리 한우를 일본 와규(和牛·화우)를 능가하는 품질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일본 와규는 +++++로 최고급의 경우 한 마리가 1억~1억5000만원이나 나간다.

장수군은 이 유전자뱅크 사업을 통해 10~20년 내 모든 소를 최고급 한우로 물갈이할 계획이다. 장수군에는 현재 한우 2만4000여 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오염되지 않은 청정 지역에서 키워내 육질이 뛰어나고 맛이 좋아 최고급으로 꼽힌다.

장수=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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