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전통酒 살려 외화낭비 막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외국의 주류전문잡지 발표에 따르면 우리는 지난해 스카치 위스키 수입에만 2억달러(1천8백억원)이상의 외화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가뜩이나 악화되고 있는 국제수지를 주류 수입이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폐해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언뜻'외국산 술 덜 마시기 운동'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간 무역장벽을 없애는 것이 취지인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으로 이같은 구상은 현실성 없는 탁상론일 뿐이다.또 기호식품인 주류의 선택권을 강제로 유도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필자는 좀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국산 전통주의 부흥을 제안하고 싶다.외국산 양주 못지 않은 고품질.고품위의 우리 술을 개발해 내놓으면 애주가들이 굳이 외국산 주류에 목을 맬 이유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어느 민족 못지 않게 다양하고 맛깔스런 고유의 전통주를 가진 민족이다.그러나 기록과 기술 이전에 인색했던 우리 주가(酒家)의 타성과 주류 제조를 천시.탄압했던 국가 정책으로 인해 전통주는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운 지경이었다.다행히 90년대 들어 정책 변화와 우리것 살리기 풍토의 고양으로 전통주 부흥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으나 이러한 변화만으로는 전통주 부흥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선 전통주 제조업자들간의 기술및 정보교류와 협동체제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품질향상에 주력해온 외국산 주류에 대항할 품질개선및 다양화를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전통주마다 독특한 재료와 맛을 내는 비법이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그러나 양조(釀造)의 기본 과정은

대동소이하며,더욱이 각각의 전통주를 좀더 독특하고 순도높게 제조하기 위한 분석및 측정법과 연구과정은 최신 과학기법을 동원하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같은 역할을 수행할 공동연구소및 정보교류센터 설립이 시급하다.

궁극적으로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전통주 제조업에 주류관련 대기업들이 적극 참여해 전통주 개발은 물론,수출판로 개척등 전통주 세계화에 발벗고 나서 수출증대 효과까지도 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 하겠다.실제로 한 대기업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인삼 위스키가 최근 외국인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리나라는 한해 약 1조원(약 11억달러)을 각종 외국산 술을 수입하는데 쓰고 있고 각종 국산 주류 제조용 원료 수입액까지 감안하면 연간 약 2조원(약 22억달러)이상을 단지 마시기 위해 소모하고 있다.우리 입맛에 맛고 품격 높은 전통주를 되살리는 일은 그래서 긴요한 과제다.

배상면 <국순당 회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