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심하던 김형오 의장 ‘질서유지 카드’ 꺼내 … 다음 수순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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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과 미디어 관계법 등 임시국회 쟁점법안 처리를 위한 여야의 막판 협상이 30일 끝내 결렬됐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협상 결렬 직후인 오후 8시40분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 이에 따라 방호원들이 국회 본청 정문 앞에 배치돼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있다. [김상선 기자]


29일 오전 기자회견에 나타난 그는 통 잠을 못 잔 듯 입술이 부르터 있었다. 측근들은 “평소 고민에 빠지면 잠을 못 이룬다”고 전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참석한 기자들과 간단히 악수를 나눈 그는 수행비서와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김 의장의 부산행에는 부인과 수행비서가 함께했다. 그는 일행들과 29일 점심, 저녁식사를 모두 함께했다고 한다. 부산에서 특별히 만난 지인은 없었다. 이날 밤 그는 지역구(부산 영도)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묵었다.

30일 오전 그가 ‘경고’한 시한이 지났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국회 본회의장의 점거를 풀지 않았다. 그는 이날 오전 조간 신문들을 보고 실망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대부분 전날 그의 기자회견을 부정적으로 다루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가 비록 욕을 먹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국회가 정상화 되도록 하겠다”며 “여야가 지금은 불만스러워하지만 결국 나의 회견 때문에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던 것 아닌가. 협상이 잘 이뤄질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여야가 회담 중인데 질서유지권 운운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도 했다. 언론과 여야에 섭섭함을 느끼면서도 국회 정상화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은 것이다.

오후엔 서울행 비행기를 탔다. 김포공항에 도착한 그는 곧바로 국회로 향했다. 국회의장실에 들어갈 수 없었던 그는 모처에서 보좌진들을 만나 국회 상황을 전해 들었다. 그는 이후 국회 주변에 머물며 시시각각 날아드는 협상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그의 기대와는 달리 오후 8시 열린 마지막 협상은 결렬로 막을 내렸다. 그는 곧 국회를 찾아 직접 박계동 사무총장에게 질서유지권 발동을 지시했다고 한다.

김 의장은 국회 본청 주변에 방호원 150명을 배치하고 출입자들을 통제했지만 곧바로 본회의장에 경위들을 진입시키지는 않았다. 오히려 국회 공보관을 통해 민주당에 “이른 시간 내에 점거농성을 풀고 원상복구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마지막까지 충돌 사태를 막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질서유지권 발동 이후에도 김 의장은 여야의 협상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측근을 통해 “질서유지권은 대화를 촉진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내년 1월 8일까지 회기가 남았다. 그때까지 여야가 계속 입장을 조율해 달라”고 알려 왔다.

이가영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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