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이 됐으면 선물을 달라’고 노조가 요구하더라.”
30일 청와대 공공기관 업무보고에 참석한 주강수(63)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 같은 이야기를 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주 사장은 현대종합상사·현대자원개발·STX에너지 등에서 자원분야 고위직을 맡았다가 지난 10월 가스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이날 토론에서 그는 사장 임명 직후 노조와의 협상에서 겪었던 뒷얘기를 10여 분간 참석자들에게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주 사장의 발언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주 사장은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에서 했던 발언을 그대로 들려줬다. 다음은 발언 요지.
“지난 10월 초 임명장을 받고 분당 본사로 출근하려 했다. 하지만 노조원들은 나를 ‘공기업 선진화를 위한 MB의 낙하산 하수인’이라며 출근 저지투쟁을 했다. 결국 공권력 투입을 요청해 경찰의 도움을 받아 출근을 한 뒤 노조대표 3명과 어렵게 대화를 하게 됐다. 노조대표가 ‘자진 사퇴하라’고 해서 내가 못하겠다고 했더니 노조 측은 ‘사장이 됐으면 선물을 달라. 관행 아니냐’고 하더라. 이면계약을 하면 사장 자리를 인정하겠다는 뜻인 것 같더라. 그래서 ‘난 선물을 줄 게 없다. 원칙적으로 일하겠다’고 하니 ‘발전용 가스 도입 다변화 등 공기업 선진화 방안 반대에 함께 동참해 달라’고 요구했다….”
노조가 ‘선물을 달라’며 타협을 요구했지만 결국 뿌리쳤다는 얘기다.
주 사장은 “나중에는 노사 분규로 가스공급에 차질이 생기거나, 가스안전사고가 터지면 사장도 옷을 벗을 수밖에 없다는 협박까지 들었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장에서 주 사장의 발언을 들은 뒤 “그래서 지금은 출근을 하십니까”라고 걱정스럽게 물었고, 주 사장은 “출근은 하고 있습니다”고 답했다고 한다.
주 사장은 법원에 신청한 ‘노조원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분당 본사 출근은 가능한 상태다. 하지만 본사를 제외한 11개 지사에는 노조원들의 시위 때문에 아직 접근이 불가능하다.
‘대통령 앞에서의 발언으로 노조와의 협상이 더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주 사장은 “노조의 현실을 알리지 않고 묻어두거나 덮어두는 게 더 위험한 일이라는 생각에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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