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 자동차산업의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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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위기에 접어들고 있음이 역력하다.첫째는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의 후퇴다.그동안 저가격 전략으로 비교우위를 다소나마 누려오던 소형차마저 일본제의 강한 도전을 받게 됐다.최근의 직접적 원인은 엔화의 절하에 있다.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경기 과열에 따른 인플레이션 염려 때문에 금리를 인상하자 달러는 엔화에 대해 더욱 강세를 보이게 됐다.우리나라는 원화의 값이 너무 떨어질까봐 오히려 애써 방위하고 있는 입장이다.이 바람에 일본의 수출가격 경쟁력

은 우리나라의 자동차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상품을 가격경쟁 마당에서 몰아내고 있다.특히 자동차 부문에서는 일본 생산업체들이 작심하고 수출 시장에서 한국의 발디딜 데를 무너뜨리려는 전략으로 나오고 있다.

둘째는 국내 경기의 위축으로 말미암은 내수(內需)감소에 따라 자동차 제품 재고가 불어만 가고 있다.이로 인해 국내 자동차 업계는 조업단축으로 이미 30% 이상의 감산에 들어갔다.이러한 가동률 저하는 평균 생산단가를 더욱 올라가게

한다.이는 수출가격 경쟁력의 뒷받침 가운데 또 한 모퉁이를 손상시키게 된다.

셋째는 가격 경쟁력에서 이런 불리한 전황(戰況)이 벌어지고 있는데다 진보를 기대하고 있는 생산성 내지 품질 경쟁력은 제자리에 멈춰 있다는 사실이다.현대자동차산업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동차부품 부가가치 생산성은 일본의 절

반 수준이다.우리 자동차는 상대적으로 일본제에 비해 가격은 올라가고 품질은 그대로 있다.

가장 걱정스런 일은 일본제 소형 승용차가 제3국 시장에서 한국제를 밀어내고 한국의 국내 시장을 겨냥해 마지막 결전차 한반도에 상륙하는 날이 눈 앞에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자동차산업은 한국이 경제와 기술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려고

총력을 쏟고 있는 전략지표다.업계는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을 진지하게 논의할 때다.그리고 정부의 경제정책은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추이를 중요한 참고자료인 동시에 정책목표로 채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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