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직권상정 수순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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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국회의장의 제안은 민주당에서도 찬밥 신세였다. 쟁점 법안을 직권상정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29일 오전 김 의장의 회견 직후 “결국 직권상정으로 가겠다는 프로세스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조정식 원내대변인도 “국민의 기대와 동떨어지고 중립성과 공정성을 잃은 실망스러운 성명”이라며 “민주당의 직권상정 불가 약속 요구에 대해선 아무런 응답 없이 한나라당의 입장만을 대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까지 농성을 풀지 않을 경우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은 야당에 대한 일방적 선전포고”라고 비난했다.

민주당도 여야 합의 가능한 민생법안부터 먼저 처리하자는 데엔 원칙적으로 찬성이다.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간담회를 열고 “한나라당이 제시한 85개 법안 가운데 28개는 이의 없이 통과시킬 수 있고, 30개는 토의해서 처리할 수 있어 총 58개를 합의 처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민생법안이라도 통과시키려면 본회의장 농성을 해제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고민이다. 쟁점법안 포기에 대한 아무런 보장을 받지 못한 채 섣불리 전략적 요충지를 내줄 순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은 다른 야당과 공조를 통해 김 의장과 한나라당을 압박하는 전술을 구사했다. 원 원내대표는 이날 ‘선진과 창조의 모임’ 권선택 원내대표와 만나 ▶국회 파행사태에 대한 여야의 공동 사과 ▶직권상정 방침 철회와 본회의장 농성 해제 ▶민생법안 우선 처리 ▶쟁점법안은 충분한 논의 후 합의 처리 등 4개 항에 합의했다.

◆인간사슬로 저항=민주당은 김 의장이 30일 새벽부터 경호권을 발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본회의장 경계를 강화했다. 특히 최대 격전지가 될 의장석 주변엔 의원 30여 명을 배치한 뒤 등산용 레일로 서로의 몸을 묶는 ‘인간사슬’을 형성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2004년 탄핵 사태 때처럼 국회 경위들이 민주당 의원들을 한 명씩 끌어내는 상황에 대비한 것이다.

김정하·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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