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하마스와 전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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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미사일 폭격을 받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슬람대학에서 연기가 나고 있다. 이 이슬람대학은 하마스의 주요 지도자들이 졸업한 곳이다. 이스라엘 측은 이곳이 하마스의 병참창고 역할을 해 왔다고 주장했다. [가자 AP=연합뉴스]


◆대학까지 공습=이스라엘 폭격기들은 29일 새벽 여섯 차례에 걸쳐 이슬람대학을 폭격했다. 영국 BBC는 이 대학이 하마스의 주요 지도자들이 졸업한 곳으로 ‘하마스의 중요한 문화적 상징’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이스라엘 측은 이 대학이 하마스의 병참창고 역할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하마스 정부에서 사용하는 주요 건물도 공격을 받았다. 이스마일 하니야 총리 집무실 옆집에도 폭탄이 날아들었으나 하니야 총리는 집무실을 비워 다치지 않았다.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 포스트는 28일 보병과 포병·탱크부대 등으로 구성된 지상군이 가자지구 접경 지역으로 이동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지상군이 가자지구 접경에 배치된 것은 올해 처음이다. 이스라엘은 28일 6500명의 예비군에게도 동원령을 내렸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 군 당국은 가자지구 국경 주변 2~4㎞를 ‘군사봉쇄지역’으로 설정, 신문과 방송 등의 취재진을 포함한 민간인 접근을 차단했다. 군사봉쇄지역은 통상 지상군 공격이 있기 전에 설정된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으로 애쉬도드 등 남부 지역을 미사일로 공격했다. 하지만 압도적인 군사력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군 정보기관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하마스의 미사일 공격 능력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하마스 보건당국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28~29일 최소 310명 이상이 죽고 800여 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재점령 나서나=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어느 선까지 진행될 것인지를 놓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카디마당의 치피 리브니 외무장관은 미국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목표는 가자지구를 재점령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마스가 더 이상 이스라엘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이번 작전의 목표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 일각에선 강경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바라크 국방장관 역시 이날 “이 작전은 필요한 만큼 확대되고 깊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메르트 총리의 대변인 마크 레게브이도 “이스라엘 국민이 더 이상 공포와 두려움 속에 살지 않아도 될 때까지 공격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군부도 “레바논 전쟁 때와는 사정이 다르다. 우리는 그때보다 훨씬 더 잘 준비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2006년 탱크 등을 동원해 레바논 무장조직 헤즈볼라를 공격했다. 하지만 헤즈볼라의 강력한 저항에 부닥쳐 전쟁 발발 34일 만에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물러나야 했다.

◆들끓는 이슬람 세계=인도네시아 무장단체인 ‘이슬람 수호자 전선’(FPI)의 아마드 소에브리 루비스 사무총장은 29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1000명의 무슬림 전사들을 가자에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파르스통신도 이날 이란 ‘전투성직자연합(CCS)’이란 단체가 인터넷을 통해 가자에 갈 자원전사 1100명 이상의 신청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을 규탄하는 시위도 이어졌다. 이집트 아시우트,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에서 수천 명이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이란 테헤란에서는 고위 공무원과 군 장성까지 참여한 대규모 시위가 열렸 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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