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공직부패 막자면 법 강화 필요한가 - 탄탄한 규제조치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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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감사원 부정방지대책위원회가 최근 공직자의 경조금과'떡값'수수를 엄격히 제한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내놓았다.이에 대해 공직사회 일각에서는 법만이 능사는 아니라며 그 내용이 비현실적이라고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그러나 시민단체등은 기존 법률이 너무 느슨하니 법률강화로 부패추방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양쪽 주장을 들어본다. [편집자]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의 부정한 재산증식을 막아 국민의 봉사자로서의 역할을 다하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그러나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및 공직후보자의 재산등록과 등록재산공개를 제도화하는 선에 머물고 있어 현재 사회적으로 문제시되고 있는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근절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따라서 바람직한 공직자문화 창출을 위해서는 관련제도의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우리나라 공직자의 부정부패에 대한 처벌과 관련한 1차적 법률인 형법의 수뢰죄는 그 성립근거를 공직자의 금품수수 사실이 그 직무에 기인한 것임을 전제하고 있다.그런데 업무와의 관련성은 현실적으로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따라서 공

직자의 금품수수 행위의 근절을 위해서는 이러한 법률상의 공백을 보완할 수 있는 관련법의 정비가 필요하다.

둘째,이러한 수뢰죄 적용의 한계는 지난 4월2일 부정방지대책위원회가 주최한 공청회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우리사회에 만연한'공사 구분의 혼란''경조사의 허례허식''방만한 회식문화'로 통칭되는'3대 부조리 문화'와 맞물리면서 법률상의 공백문제가 더욱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현재 문제시되고 있는 떡값,혼례와 상례 등에서의 과대한 경조사 부조금,회식비의 찬조금등이 바로 단적인 예다.특히 그러한 자금을 제공하는 사람이 공직자의 담당업무와 관련자일 경우 자금제공자와

공직자간에는 보이지 않는 부패고리를 형성할 여지가 높다.따라서 공직자윤리법의 강화는 이러한 부패고리를 끊기 위한 보다 탄탄한 법적 그물망을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셋째,공직자윤리법은 현재 제기되고 있는 규제개혁.규제철폐 문제와 깊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국민들의 행위에 대한 규제가 많을수록 공직자가 임의처리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지며,이는 공직자로 하여금 이익추구행위(rent seeking)에 가담하게 하는 유인을 제공하게 된다.만약 공직자윤리법이 강화될 경우 공직자의 이익추구행위는 제한받게 될 것이다.이렇게 되면 공직자의 이익추구행위는 자제되고,규제철폐.규제개혁의 움직임이 촉진되며,이것이 다시 공직자 이익추구행위의 범위를 축소시키는 호순환의 고리로 연결될 수 있다.

넷째,위에서 지적한 3대 부조리 현상은 국민의 생활속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다.국민의 생활문화 폐습은 법 개정과 제도개선 만으로 근절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의식개혁을 통한 자율적인 정화가 가장 바람직하다.왜냐하면 현재 가정의례에 관한

법률이 있으나 이 규정은 잘 지켜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처벌받는 사례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나타나고 있는 부조리문화는 사회 지도층의 잘못이 크므로 공직자윤리법의 강화를 통한 공직자의 모범적 규범창출은 일반 국민계층의 생활문화를 건전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이와같은 이유에서 공직자윤리확립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은 국민생활과 직결되고 부조리 소지가 있는 제도와 절차를 투명하게 개선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공직자 부정부패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공직자윤리법의 강화 이전에 공무원의 처우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되기도 하지만,공직자의 윤리강화는 어떠한 사전적 전제가 필요 없는 당연한 명제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조남훈〈보건사회硏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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