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내년 상반기 마이너스 성장 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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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경제위기의 심각성을 전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언급이 조금씩 강도를 높여 가고 있다. 이 대통령은 24일 “내년 플러스 성장이 목표”라고 밝힌 지 사흘 만에 “연평균으로는 플러스 성장을 할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우리도 내년 1, 2분기엔 마이너스 성장이 될지도 모를 위기에 있다”고 말했다. 27일 교육과학기술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 모두발언을 통해서다.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교육과학기술부와 문화체육관광부 2009년도 업무보고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내년 1, 2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이 될지도 모를 위기에 있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내년 상반기에 대한 얘기이기는 하지만 이 대통령이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경기 하강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부에선 우리 경제가 내년 상반기 마이너스 성장에 그칠 것이란 전망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가 없다. 전년 동기 대비는 물론 올 하반기와 비교해서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란 분석이 퍼져 있다.

특히 수출이 급격하게 줄고 있는 것이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11월에 전년 동월 대비 18% 감소했던 수출은 이달에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 육동한 경제정책국장은 “12월 수출이 11월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수출이 연말에 집중되는 점을 감안해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너스 성장이 현실 경제에 몰고 올 파장은 간단치 않다. 1980년대 이후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은 2차 오일쇼크와 정정 불안이 겹친 80년(-1.5%), 외환위기를 맞은 98년(-6.9%) 딱 두 번뿐이다. 당시 극심한 불황으로 기업은 자금난을, 개인은 취업난을 겪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이 대통령이 직접 마이너스 성장을 언급한 것은 심각성에 비해 우리 경제의 대응 태세가 느슨하다는 위기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공직 사회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동시에 국민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요즘 우리가 통상적으로 경험하고 상상할 수 있는 것을 뛰어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가까운 일본 도쿄만 가도 주말이 되면 거리에 차가 한산하고 미국은 썰렁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대한민국은 지난번 기름값이 배럴당 140달러까지 올라갔을 때는 차가 5% 정도 줄었다가 (유가가 내린) 지금은 거의 원상으로 되돌아왔다”며 “주말에 옛날과 똑같이 차가 밀리는 것을 보면 한국이 어렵다, 어렵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얼마나 큰 어려움이 닥쳐오고 있는지를 잘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연일 한국 경제에 절박감이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함에 따라 정부의 내년 경제 운용은 한층 선제적 대응에 초점을 맞춰 진행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노대래 차관보는 “경제 운용의 무게중심을 실업대란을 막기 위한 고용 정책으로 빠르게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렬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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