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트렌드] 코믹송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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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무심코 들으면 팝송 같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배추 속은 검은 낙타''냄비로 퍼서 넘을 줄 걸'이라는 한국말이 들린다. 둘리스의 '원티드', 놀란스의 '섹시 뮤직' 등을 적당히 섞어 엉뚱한 한국말 가사를 붙인 노래. 개그우먼 조혜련의 코믹송 '아나까나'는 음악 채널 엠넷 사이트에서 독점 공개하자마자 인기 순위 2위(당시 1위는 쥬얼리)에 올랐다. 조씨는 이 노래로 음악 프로그램 무대에도 섰다. 우유송.당근송에서 시작된 코믹송 대열에 연예인들도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조혜련에 앞서 코믹송 열풍을 불러 일으킨 건 탤런트 안재환. 지난해 한 TV 오락 프로그램에 나가서 고교 밴드 시절에 만든 자작곡 '인생의 참된 것'을 불렀다. '으아아아아아~아침엔 아침밥 점심엔 점심밥/저녁엔 저녁밥 그리고 잠잔다/이것이 인생의 의미 인생의 참된 것'이란 엉뚱한 노래였다. 인터넷에서 입소문을 타 지난 2월부터 음악 사이트, 휴대전화 벨소리, 노래방 등에 서비스되기 시작했다. 안씨는 코믹송 덕분에 처음으로 CF에 출연했다. 안재환 소속사 팬엔터테인먼트 측은 "TV 출연, 잡지 인터뷰 요청도 부쩍 늘었다"고 밝혔다.

개그우먼 김숙은 26일 아예 두 장짜리 CD로 된 '난다김의 트로트 연가'를 내놨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비둘기 합창단' 코너에서 랭보정(정찬우)과 함께 조금씩 소개했던 트로트 곡을 모은 것. '몸에 좋고 맛도 좋은 뱀이다/요놈의 뱀을 사로잡아 우리 아빠 보약을 해드리면/아이고 우리 딸 착하구나 하고 좋아하실거야(장춘화-참아 주세요)'처럼 코믹한 가사가 배꼽을 잡게 한다.

같은 코너에서 히트시킨 유행어 '4천만 땡겨주세요'로 노래도 불렀다. 김숙과 정찬우가 함께 부른 '4천만 땡겨주세요'는 음악사이트 '뮤즈'에서 독점 공개한 첫날 30만 명이 클릭했다. 김숙은 "요즘 웃을 일이 없어서인지 사람들이 쉽고 가벼운 개그를 좋아한다는 걸 (무대에서) 느꼈다"고 말했다.

'웃찾사'에서 만사마(정만호)가 춤을 출 때 깔리는 배경음악 '뚫흙송'도 코믹송의 대명사다. 인도 가수 '달러 메헨디'가 부른 사랑 노래 '투낙 투낙 툰'이 한국인 귀엔 '뚫흙 뚫흙 뚤'이라 들리는 바람에 코믹송이 된 것. 정만호는 최근 음악 사이트 맥스MP3 설문 조사 결과 '음반 내면 성공할 것 같은 개그맨' 1위에 뽑혔다.

신인 그룹 '상상밴드'는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코믹송 '솔로 크리스마스'를, 최근엔 일본 망언을 규탄하는 '독도, 워미 인트로'를 플래시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배포했다. YBM서울음반 관계자는 "비록 음반 판매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밴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는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재미를 찾아 나서는 네티즌의 '펌질'로 유머 게시판과 블로그 등을 통해 무한히 퍼지는 코믹송의 속성 때문이다. '우유송'이 우유 소비를 늘리는 데 기여했다고 판단한 낙농진흥회는 최근 '우유송 2탄'을 공모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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