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간접 고용 160만 명 일자리 ‘흔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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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호 04면

자동차가 서면 나라 경제가 서는 것은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세밑을 맞아 국내 주요 자동차 회사의 공장들이 잇따라 멈춰 섰다.

멈춰 선 자동차 공장의 경제학

GM대우자동차는 22일부터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회사 출범 이후 처음이다. 르노삼성도 24일부터 일주일간 모든 생산라인을 세웠다. 쌍용자동차도 연말까지 전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2공장과 아산공장도 공장을 세웠다. 기아차 역시 스포티지를 생산하는 광주2공장과 카니발을 생산하는 소하리1공장, 소렌토와 모하비를 생산하는 화성1공장의 잔업과 특근을 중단했다. 이명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완성차 업체가 장기간에 걸쳐 동시에 공장을 세운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공장이 서면 덩달아 26만 명의 자동차 업계 종사자 중 상당수도 당장 일손을 놓게 된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직간접적으로 자동차 산업에 연계된 고용 인력은 160만여 명이다. 사업체 총 취업자의 10.4%다. 회사원 열 명 중 한 명꼴이다.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계 종사자는 10만9000명뿐이지만 이들과 얽힌 인원은 10배가 넘는다.

우선 부품업계 15만6000명이 있다. 완성차 5개 사와 직접 거래하고 있는 1차 협력업체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901개 사다. 2차 협력업체는 약 3000여 개 사. 여기에 전자·플라스틱 등 생산·자재 부문의 후방산업에서 13만1000명, 판매·정비·주유소·금융보험·운수 서비스 등 전방 산업에서 120만7000명이 자동차로 ‘먹고산다’.

그뿐인가. 지난해 우리나라는 372억 달러어치의 자동차를 외국에 팔았다. 단일 품목으로 반도체에 이어 2위, 전체 수출의 10%를 차지한다. 올해 수출도 상반기 호조에 힘입어 500억 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에 자동차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내년 전망은 암울하다. 이미 11월 한국의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3.1% 줄었다. 세계 소비 위축으로 자동차 판매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게 줄고 있다. 10월 미국 자동차 판매는 1년 전보다 31.4%나 하락하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자동차는 국내 산업생산의 11%를 차지한다. 자동차 수요가 줄면 전체 산업생산도 줄 수밖에 없다. 윤명준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과거 자동차 업계가 파업으로 조업을 중단할 때마다 국내 산업생산이 전달에 비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안수웅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예상보다 자동차 수요 감소 폭이 크다”며 “노사가 협력해 꾸준히 원가 절감에 나서는 것 이외의 대안은 없다”고 말했다.

급기야 정부도 자동차 업체에 대한 자금 지원을 검토하기로 했다. 일단은 우체국을 통해 자동차 회사의 채권을 사주는 방식이 유력하다. 국책은행을 움직여 돈을 푸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 그만큼 사정이 다급하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통상마찰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미국은 물론 독일·프랑스·일본 등 자동차 강국들이 모두 자국 자동차 산업 지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한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정부 지원이 효과를 보려면 고강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며 “노사의 고통 분담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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