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온 길은 서로 달라도 … 두 팝스타 인기는 ‘막상막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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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음반이 안 팔린다는 연말에 이를 비웃는 듯 스물 일곱 동갑내기 팝 스타 두명이 뜨거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동시에 음반을 내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비욘세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정상급 스타로 성장한 이력은 같지만 걸어온 길은 딴판이다. 브리트니는 각종 스캔들로 얼룩진 방황을 딛고 재기했고, 비욘세는 성공의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모범생 스타다. 1990년대 말 나란히 데뷔한 이들이 같은 시기에 앨범을 내고 맞붙은 것은 이번이 처음. 브리트니는 ‘서커스(Circus)’, 비욘세는 ‘아임…사샤 피어스(I Am…Sasha Fierce)’ 앨범으로 각기 빌보드 앨범, 싱글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국내에서도 1만장씩 팔아치우며 순항중이다.

◆‘이게 내 삶이었어’= 브리트니는 새 앨범과 함께 예전의 탄력있는 몸매를 보여줘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치열한 자기관리의 상징인 외모로 볼 때 그는 이혼·양육권 분쟁·자살 소동 등 온갖 고난을 극복한 듯 보인다. 하지만 앨범은 그렇지 않다. ‘서커스’라는 앨범 제목 자체가 스타로 살아가는 고된 숙명을 암시하는 듯 하다.

‘팝의 요정’으로 군림하다가 서른도 안 된 나이에 남들이 평생 한 번 겪기도 힘든 고난을 두루 거쳤으니, 그의 삶은 말 그대로 ‘공중 곡예’였다. 스타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부담감(‘서커스·Circus’), 고통을 술로 달랬던 경험(‘블러·Blur’) 등 최고의 팝스타에서 파파라치의 사냥감으로 전락하기까지 자전적 삶이 화려한 전자음의 향연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전작 앨범 ‘블랙아웃(Blackout)’에서부터 자신의 상처받은 삶을 음악으로 은유해왔다는 점에서, 브리트니는 예전의 ‘버블껌 아이돌 음악’과는 차별화된 길을 걷고 있다.

◆‘내 음악은 과연 뭘까’= 비욘세는 브리트니와는 달리, 평탄한 도로 위를 달리는 리무진 같은 삶을 살고 있다. 부모의 적극적 지원 아래 그룹 ‘데스티니스 차일드’를 통해 솔로로 독립, 정상급 가수로 군림하고 있다. 올 4월에는 힙합계의 거물 프로듀서인 제이 지와 결혼식을 올렸다.

이번 앨범에는 그의 음악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녹아있다. 자신 안에 두 명의 음악적 분신이 있다는 것을 발라드·댄스 두 장의 씨디를 통해 보여준다. 비욘세는 ‘크레이지 인 러브(Crazy in love)’ ‘데자부(Deja vu)’등을 통해 역동적인 댄스가수로 사랑받았지만, 최근 ‘이리플레이서블(Irreplaceable)’ ‘리슨(Listen)’ 등 발라드에서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찾았다.

이번 앨범에서 발라드곡 ‘이프 아이 워 어 보이(If I were a boy)’와 댄스곡 ‘싱글 레이디스(Single ladies)’가 동반 히트하는 것을 보면, 대중은 그의 두 분신을 모두 반기고 있다. 그래서 그의 고민은 행복에 겨운 푸념처럼 들린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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