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 바뀌는 한·미 동맹] 下. 다급한 미군 공백 메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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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차출과 향후 예상되는 감축으로 군에 비상이 걸렸다. 주한미군의 공백을 한국군이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발등에 떨어진 전력 공백은 대북 정보.감시 전력과 자동화지휘통제체제(C4I), 육.해.공군의 정밀.장거리 타격무기, 병력 위주 지상군의 기계화.자동화다. 이들 분야는 대부분 주한미군에 기대왔던 한국군의 아킬레스건이다.

정부는 계획됐던 전력증강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한다. 공중조기경보통제기(EX), 중고도 무인정찰기, 차기 대공미사일(SAM-X), 차기 보병전투차량, 한국형 구축함(KDX3), 한국형 다목적 헬기(KMH) 사업 등이다.

그러나 한국군 전력증강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려면 군 구조조정이 앞서야 한다. 한정된 국방예산을 전력증강에 집중 투자하기 위해서라도 군살부터 제거해야 한다. 한국의 국방예산은 운영유지비에 60% 이상을 쓰는 소모적 구조다. 세계 6위권인 68만명의 병력을 운영하다 보니 전력증강 예산은 언제나 전체 국방예산의 30여% 정도에 불과하다.

군 안팎에선 군 구조조정의 출발이 불필요한 지원.행정부대 감축과 지휘체계의 단순화라고 입을 모은다.

국방연구원의 노훈 책임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행정.근무지원부대의 해체와 공통기능 부대의 통합, 장기적으로는 전투부대의 개편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군사령부-군단-사단-여단-대대로 이뤄지는 층층시하의 지휘구조도 신속한 명령체계와 융통성 있는 병력 운용을 요구하는 현대전에 걸맞지 않다. 한 군사 전문가는 "지휘통제체제를 개선하면 군단이 여단과 대대를 직접 지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대한 육군 사단을 기동성 높고 정보화된 여단급으로 바꾸는 것도 군 구조조정 방향 중 하나다.

주한미군 감축으로 인한 한미연합사의 역할 변화도 군 구조개편과 연계돼 있다. 연합사는 미군이 한국 방어의 보조 역할로 물러난다면 장기적으로는 해체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전시 작전통제권은 한국군에 넘어온다. 한국군이 구조조정의 와중에 독자적 작전기획능력을 키워야 하는 이유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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