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금난 21년만에 최악 - 금융부채 작년 750조 전년비 19%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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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기업 투자자금의 원천이 되는 개인의 여윳돈이 마르고 있고 수출부진이 계속됨에 따라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6년 자금순환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들이 투자활동에 필요한 자금중 자기돈으로 메우지 못한 부족분은 모두 71조원으로 95년에 비해 20.4%나 늘어났다.

기업의 부족자금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8.1%로 지난 75년(18.5%)이후 21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업들의 금융부채도 95년말 6백30조원에 비해 19.1%나 늘어나 지난해 7백50조원(잔액기준)을 넘어섰다.

또 국내에서 돈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해외에 나가 빌리는 돈도 12조1천억원으로 늘어나 기업의 전체 차입에서 10.2%를 차지했다.기업의 해외차입 비중이 두자릿수가 된 것은 80년(16%)이후 16년만이다.

한편 기업의 모자라는 돈은 개인의 여윳돈이 모여 커버해줘야 하는데도 소비가 줄지 않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저축에서 부동산투자를 뺀 개인의 여윳돈은 전년에 비해 2.1% 늘어난 40조3천억원에 그쳤다.

이에따라 개인의 여윳돈이 기업의 부족자금을 커버해주는 비율(보전비율)은 83년(56.3%)이후 가장 낮은 56.7%에 그쳤다.

86~88년 3저 호황때는 개인들의 여윳돈이 풍성해 기업부족자금 보전율이 3년 연속 1백%를 훨씬 웃돌았다.

한은 관계자는“기업의 자금부족 규모는 점점 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개인부문에서 이에대한 지원역할이 제대로 이뤄지고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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