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고려중 과학교사 박용오씨, 고향 화순 개구리 '토종' 살리기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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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지난 일요일 한낮.광주 고려중 박용오(37)교사는 대나무 꼬챙이와 작살을 들고 고향인 전남화순군도암면의 암정천으로 갔다.무성히 자란 수초 사이로 꼬챙이를 쑥쑥 찔러대자 겨울잠이 덜 깬 개구리 한마리가 엉금엉금 기어나온다.순간 박교

사의 오른손에 들린 작살이 물살을 가른다.두어시간 동안 잡은 놈이 12마리.

주말마다 개구리 사냥은 반복되는데 과학선생님의 취미치고는 잔인해 보인다.박교사의 대답은 선문답같다.“개구리를 살리기 위해 개구리를 죽이는 거예요.뱀도 살리고.”

앞의 것은 토종개구리,후자는 황소개구리(사진)다.실제로 잡힌 개구리들은 어른 주먹 두개보다 크다.

7년전께 이 마을에 처음 황소개구리가 얼굴을 내민 이후 암정천의 토종개구리며 물고기,심지어 물뱀까지 급속히 줄어들었다.미꾸라지.참게 양식장의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고향의 생태계가 파괴되는 걸 보다못해 그가 나선 것이다.

올해 이들은 최대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환경부에서 이달초 전국 시.군과 비정부기구(NGO)등을 총동원,황소개구리를 죽이겠다고 선포한 것이다.'설마 야생동물을 죽이진 않겠지'하며 이들이 마지막 구세주로 생각했을 법한 환경운동연

합마저 칼을 뽑았다.마산.창원.광주 환경운동연합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황소개구리 낚시대회'를 열 예정이다.하지만 이들의 엄청난 번식력을 감안하면 개구리와의 전쟁 결과를 낙관하기엔 아직 이르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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