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스코틀랜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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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영국 북부 스코틀랜드지방은 남한 면적보다 약간 작은 7만8천평방㎞에 불과하지만 지금 유럽연합(EU)에서 가장 각광받는 산업기지로 주목받고 있다.호수.목장.철강.조선,그리고 위스키 양조산업만 가지고는 그런 성가(聲價)를 얻지 못할텐

데,그들의 비결은 무엇일까.다름 아닌 제2의 실리콘 밸리를 자부하는 실리콘 글렌(glen)의 탄생이 바로 그 비결이다.

스코틀랜드 말로 글렌은 좁은 계곡을 뜻하지만 지금 스코틀랜드에는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5백50여개의 전자.정보.통신업체들이 모여 있다.한국에서도 현대 등 10여개 업체가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이곳에서만 유럽내 PC의 35%,반도체의

13%를 생산한다니 그 성장세가 가위 폭발적이다.

실리콘 글렌의 탄생은 스코틀랜드정청의 적극적인 대외투자 유치계획의 산물이다.땅값은 거저에 가깝고,공장설립허가는 도장 한 두개로 해결되고,투자비용의 20%는 장려금으로 되돌려 준다.이러니 고비용 저효율구조와 행정규제의 족쇄에서 허덕

이는 한국기업들엔 특히 매력을 끌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스코틀랜드 민족의 주류는 스코트인인데 역사적으로 브리튼섬의 주도권을 놓고 앵글로색슨의 잉글랜드와 긴 투쟁을 벌여 왔다.그래서 도전적인 민족성이 형성돼 왔다.얼마 전에 개봉된 멜 깁슨 주연의'브레이브 하트'는 13세기 잉글랜드의 진

출에 저항하는 스코트인들의 용감한 투쟁정신을 그리고 있다.

멜 깁슨이 분(扮)한 윌리엄 월리스의 후예가 바로 또 하나의 민족영웅 로버트1세.그는 1314년 6천명의 병력과 5백필의 말로 2만명의 영국군을 물리쳤다.그 덕으로 스코틀랜드는 1707년 영국과 합병할 때까지 평화를 누렸다.그는

죽으면서 자신의 심장을 떼내 예루살렘의 십자군에 전달해달라고 유언했다.그의 심장은 부장(副將)에 의해 유언대로 집행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96년8월 스코틀랜드의 한 수도원에서 납통에 든채 발견돼 영국 고고학계를 흥분시킨 바 있다.

불굴의 투지와 인내심으로 얼룩진 스코틀랜드의 역사가 다시금 지구촌의 관심을 끌게 되는 것은 이 지역의 경제부흥과 연관이 있을까,없을까.아시아의 용들은 사라지고,한강의 기적은 끝났다는 평가를 듣는 어느 나라는 곰곰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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