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노인 환경순찰대 맹활약 '나이들어도 할일은 많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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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나이 여든에 무슨 큰 일을 하겠습니까.그저 늙은이들이 나와 마을 정리를 하고 거리질서 지키기를 당부하다보면 젊은이들이 따르지 않을까 해서 나선 것 뿐이죠.”

지난 18일 오전10시30분쯤 성동구성수2가 중앙로 상가밀집지역에서는 70~80대 노인 20여명이'깨끗한 환경보전을 위한 10가지 실천사항'을 적은 유인물을 나눠주며 마을 청소와 불법 적치물을 단속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성삼.경동노인정의 회원들로 구성.발족된'노인환경순찰대'의 활동현장이다.

'나이는 들어도 할 일은 많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활동중인 이 순찰대는 1~2월 혹한의 계절을 방안에서 넘기고 봄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면서 이날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매주 화요일 오전 10명씩 2개조로 나눠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는 순찰대원들은▶점포 앞 쓰레기투기 안하기▶도로에 물건방치 안하기▶에너지 아껴쓰기▶음식물쓰레기 줄이기등을 일일이 당부한다.

87세로 최고령인 韓흥순옹에서부터 최연소 金영준(70)옹까지 모두가 고희를 넘긴 이 순찰대의 가장 큰 무기는 역시'나이'.

“건장한 청년이 못하겠다고 뻗대면 힘없는 늙은이들이 어찌하겠습니까.하지만 아직까지 어른을 대접하는 풍토가 남아있어선지 우리가 지나가면 상가 주인들이 직접 나와 도로의 적치물을 안으로 들여가곤 합니다.”

순찰대 이용세(李容世.80)회장은“아직 사라지지 않은 젊은이들의 양심을 위안삼아 이 일을 계속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노인환경순찰대의 활약(?)이 두드러지자 관할 성수2가3동 동사무소는 이달부터 순찰대에 직원 1~2명을 동행케 해 노인들이 지적하는 사항을 그때그때 적어 동정의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은종학 기자〉

<사진설명>

노인순찰대원이 환경보전 실천사항이 적힌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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