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골프연습장용 골프공 자동공급기로 성공한 대구 은성 대표이사 박순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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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실내골프연습장용 골프공 자동공급기로 지난해부터 전 세계에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한 대구 ㈜은성 대표이사 박순종(朴淳鍾.51.대구시남구봉덕3동)씨는 91년 여름 무게 20㎏의 기계 4대를 두어깨에 메고 일본 곳곳의 거리를 누비던 때를

잊지 못한다.

실내골프장의 스윙연습때 쓰는 골프공 자동공급기(이글 마크)를 개발,91년 4월 일본공업진흥청으로부터 특허를 받아낸 그는 골프왕국인 일본시장 개척을 위해 그해 5월 무조건 일본으로 건너가 10월까지 6개월동안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녔

다.오사카에서부터 시작된 그의 판촉전은 기계를 메고 공항에서 도심까지 걸어가며 눈에 보이는 골프연습장마다 무조건 찾아들어가 서투른 일본말로 “기계의 성능을 한번 시험해 보고 필요하면 주문하라”고 부탁하는 식으로 전개됐다.

이런 방법으로 일본땅을 누비며 뿌린 기계는 10개 도시에 1백여대.

한곳에 한대씩 모두 공짜로 설치해 줬다.

그러던중 92년초 처음으로 나고야시 인근 기후현기후시의 아티카골프클럽(골프연습장)으로부터 무려 1백대의 주문이 날아들었다.그러나 기쁨도 잠시.기계를 모두 설치해 주고 2개월정도 지난 그해 늦봄께“결함이 있어 더이상 사용할 수 없으

니 모두 뜯어가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이틀뒤 공장에서 일하는 큰아들과 함께 다시 일본을 찾은 朴씨는 진눈깨비가 날리는 추운 날씨속에 꼬박 밤을 새우며 결함으로 지적된 스프링을 모두 뜯어내고 고쳐놓자 아침에 출근한 주인이 감동한 나머지 2백대를 추가로 주문하는 일까지

벌어졌다.이런 식으로 일본시장을 공략한 끝에 조금씩 늘기 시작하던 주문량이 지난해부터는'폭발적'이라 할 정도로 불어나 지난 한햇동안만도 7천여대를 수출했다.대당 가격은 5만엔 수준.일본 3대 메이커의 기계값이 10만엔선 안팎인데 비

해 절반정도인데다 성능은 한국제품이 더 좋아 지금 일본 골프연습장에서는 낡은 기계를 새것으로 바꿀 때는 모두 朴씨에게 주문한다.

동남아와 유럽.남미등 10개국에도 팔았다.

골프공 자동공급기 수출과 생산부문에서는 세계에서 단연 1위다.

“기술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판로개척에서 자존심이나 체면은 절대 금물입니다.”

한양대 전자공학과.고려대 사회복지학과 대학원 출신인 그는 대학졸업후 전자오르간 건반과 자동차부품을 만드는 일을 하다 당시만 해도 미개척 분야이던 골프연습용 기계에 눈을 돌려 오늘을 만들어냈다. <대구=김선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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