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中)가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원대표자대회에 참석해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김형수 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자기는 선(善)이고 상대는 악(惡)이라는 분열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28일 당원대표자대회에서 盧대통령을 비판했다. 전날 盧대통령의 연세대 특강 내용을 작심한 듯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盧대통령이 "보수는 힘센 사람이 좀 마음대로 하자는 것이고, 진보는 더불어 살자는 것"이라고 한 데 대해 朴대표는 "그렇다면 세상에 스스로 보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잘못된 인식으로 보수라 생각하는 국민을 모욕한다면 어떻게 국민을 통합할 수 있을지 정말 걱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朴대표는 "보수야말로 고쳐가며 살자는 것이며 제대로 된 보수는 시대에 맞게 변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수와 진보는 정반대의 개념이 아니며 어느 하나만 옳은 것이 아니다"고도 했다.
그는 "盧대통령의 발언에서 상생의 분위기가 깨져 정치권이 혼란스러워지고, 야당이 고난을 겪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경계심을 나타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안 된다"며 당원들에게 경각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이날 오전에 열린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회의에서도 盧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김형오 사무총장은 "어제 대통령의 특강은 ▶경제 위기에 대한 안이한 인식 ▶보수에 대한 그릇된 해석 ▶상생정치에 대한 아전인수식 해석 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제가 파탄에 가까운 상태인데 학생들 앞에서 구태의연한 보혁(保革)대결 논쟁을 일으켜도 되는가"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도 "대통령이 복귀 일성으로 통합과 상생을 말해 놓고 거침없이 자극적인 말을 한 것은 절제된 언어를 사용하라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사무총장도 "盧대통령은 자유주의적, 개혁적 보수주의자"라며 "경제관이나 노동자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결코 진보라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은 열린우리당을 온건보수로, 한나라당을 강경보수로, 민노당을 진보정당이라고 정확하게 알고 있는데 盧대통령은 공부를 안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가영 기자<ideal@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