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민주계, 대표.당직서 철저히 소외되자 불만쏟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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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한국당의 민주계들이 격앙되어 있다.모이기만 하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을 원망한다.거의 맹목적으로 金대통령을 감싸고 비호하던 태도는 이제 찾아볼 수 없다.

민주계 좌장인 최형우(崔炯佑)고문이 쓰러진 다음날인 12일 崔고문 병실앞에 모여든 민주계 인사들은“대통령이 김동영(金東英.전 정무장관.작고)을 잡더니 최형우마저 잡았다”고 성토했다.

“현철(賢哲)이 사람들,이른바 신민주계만을 중용한 金대통령 때문에 민주계 전체가 욕을 먹게 됐고,그 바람에 崔고문이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민주산악회 핵심관계자)는게 이들의 논리였다.

그런 민주계에 이회창(李會昌)대표-박관용(朴寬用)총장 체제는 더욱 큰 충격과 좌절감을 안겨주었다.민주계는 대표로 내정됐던 崔고문이 쓰러지자 청와대에 김명윤(金命潤)고문을 대표로 지명해달라고 건의했다.

이게 묵살당하자 사무총장만은 서석재(徐錫宰)의원을 시켜달라고 했다.하지만 그 마저 외면당했다.민주계는 徐의원이 극구 고사한 까닭은 저만큼 접어두고“金대통령이 우리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민주계 재선의원)고 받아들인다.

崔고문과 徐의원.김덕룡(金德龍)의원측을 포괄하는 범민주계는 같은 계보인 朴총장을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朴총장을 아예 李대표 사람으로 분류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 때문에“YS에게는 더이상 바랄게 없다.그가 대선후보 경선때 누굴 밀라고 해도 후보가 맘에 안들면 절대 도와주지 않겠다”(민주계 3선의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민주계에서 이탈,李대표 진영등에 가담한 사람들에 대해서는'역적'이

라고 부르는 풍토도 생겼다.

민주계의 좌절감과 위기의식은 결속력 강화로 이어지는 분위기다.김명윤.서석재.김덕룡의원등 민주계 중진들은 17일 김수한(金守漢)국회의장실에서 다시 모인다.김덕룡 의원의 측근은“이번주 내내 아침.점심.저녁으로 민주계 모임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밝혔다.徐의원측은“당의 총장이란 굴레를 쓸 경우 민주계 결속을 위해 전념할 수 없다.민주계가 단결하면 그 누구도 우리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기류를 감지했음인지 이한동(李漢東).박찬종(朴燦鍾)고문은 이번주부터 민주계 중진들을 줄줄이 만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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