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국회’ 민주당, 정무위 점거 … 여당의 법안 심사 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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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국회 보이콧 투쟁이 16일부터 본격화됐다.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는 이날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등 71건의 법안을 심사할 예정이었으나 민주당 의원들이 회의 진행을 막아 공전되고 말았다.

정무위의 민주당 멤버인 신학용·김동철·이성남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소위 위원장 석을 점거한 채 “예산안을 날치기한 지 며칠 만에 법안 소위를 여는 건 여당의 폭거”라고 주장했다. 박종희 소위 위원장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민생법안 처리가 시급하다”며 회의 진행을 요구했으나 민주당 측은 요지부동이었다.

같은 시각 원혜영 원내대표, 박주선 최고위원, 유선호 법사위원장, 박영선 의원 등 민주당 20여 명은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김형오 의장에게 예산안 직권상정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려 했지만 김 의장이 출근하지 않아 면담이 불발됐다. 김양수 의장 비서실장과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이 “적법 절차에 따른 직권상정이었다”며 양해를 구했으나 민주당 의원들은 “직권상정은 의회 민주주의의 파괴”라며 펄펄 뛰었다. 민주당 측은 “김 의장과 면담 일정을 잡아주지 않으면 17일부터는 의장실에서 무기한 농성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또 이날 “3개 교섭단체 대표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삭감, 비정규직의 정규직 지원 예산 편성에 합의했음에도 이한구(한나라당) 예결위원장이 독단적으로 거부해 예산안의 파행 처리를 낳았다”며 이 위원장을 권력남용 등의 사유로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했다.

이 같은 민주당의 파상공세에 맞서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경제 살리기 법안과 규제완화 법안을 조속한 시일 내에 처리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야당과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각 상임위 위원장과 간사들은 적극적으로 계류된 법안을 처리해 달라”며 “(야당이)물리적 저지를 하면 질서유지권을 발동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야당이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인 법안심사권을 포기한다면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되지 않는다’는 격언처럼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정하·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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