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들도 “장관 자리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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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내각 인선이 마무리에 접어들면서 “우리에게도 각료직을 달라”는 소수 계층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지가 16일 보도했다. 미국 사상 최대 수준의 다양성 내각을 추구하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장관직을 차지하기 위해 여성·유색인종·동성애자 등이 치열한 로비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16일 현재 총 22개의 장관급 각료직 중 15개 자리가 내정됐다. 백인 7명, 여성 4명, 흑인 3명, 아시아계 2명, 히스패닉 1명이다. 백인과 흑인 중에는 여성이 각각 1명씩 있다.

◆히스패닉·여성 “장관직 더 내놔”=미 상하원의 히스패닉계 의원 21명은 지난 3일 “아직 인선이 안 된 각료직에 히스패닉계를 기용해 달라”는 공문을 오바마 측에 보냈다. 장관직에 앉힐 히스패닉계 인사 14명의 명단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장관에 정식 지명된 히스패닉계는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상무장관직)가 유일하다. 게다가 히스패닉 기용설이 돌았던 주택도시개발장관직까지 16일 백인인 션 도노번에게 돌아가자 ‘히스패닉계 미국인 연합’의 브랜트 윌키스 대표는 “오바마가 미국의 인종적 다양성을 내각에 반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미국 인구의 15%를 차지하는 히스패닉은 대선에서 3분의 2가 오바마를 지지한 만큼 적어도 2~3개 각료직을 챙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성단체들도 부시 행정부에서 여성 장관이 4명인 점을 지적하며 “여성표 덕에 당선된 오바마라면 더 많이 기용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들은 네티즌이 인터넷에 여성 인재 이력서를 올려놓으면 오바마의 정권인수위에 자동으로 e-메일이 전송되는 ‘wiki’라는 쌍방향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오바마가 지명하는 고위직 3000개에 여성들을 가능한 한 많이 진출시킨다는 의도다.

◆동성애자들도 입각 노려=전국적인 동성애자단체인 ‘게이 앤드 레즈비언 리더십 인스티튜트(GLLI)’는 올 1월 ‘대통령이 지명하는 고위직 쟁취 프로젝트’를 개시해 1400명에 달하는 동성애자 엘리트들의 이력서를 모았다. 역대 최대 규모다. 동성애자들은 올 대선에서 동성 결혼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오바마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따라서 오바마 내각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오바마는 백악관 산하 ‘환경의 질 개선위원회’(CEQ) 위원장에 동성애자로 알려진 낸시 서틀리 로스앤젤레스 부시장을 지명했다. 그러나 장관 내정자 15명 중엔 공개적인 동성애자는 없다고 한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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