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 없어서 못파는 '강성원우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좋은 우유는 맛이 진하면서도 혓바닥이 개운합니다.소비자들이 더 잘 알아요.”

어느날 소리소문없이 강남지역 일부 슈퍼매대에 등장한'강성원우유.이제는'없어서 못파는 우유'로 관심을 끌고 있지만 이를 만든 성원유업의 강성원(69.경기도안성군일죽면)회장은 정작 이를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인다.

내로라하는 기업들의 광고전이 치열한 우유업계에서 요란한 광고는 커녕 무명(?)의 개인 이름을 턱하니 내건'비싼 우유'가 까다로운 소비자들을 거뜬히 공략한 것을 그는“신선한 우유가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 것”이라며 자신만만하다.

그러나'없어서 못판다'고 해서 그가 대단한 양의 우유를 파는 것은 아니다.아니 더 이상 팔 생각이 없다.그가 생산하는 양은 5백㎖짜리 1만5천개에 불과하다.

주문은 쇄도하지만 다른 목장의 우유를 집유해 팔 생각은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자신의 목장에서만 생산된 하루 7.5의 우유만 판매하다 보니 자연 생산비용도 높아져 우유값도 기존우유의 2배이상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좋은 우유는 단연 젖소의 젖꼭지에서 바로 나온 것이죠.젖꼭지를 떠나면서 우유의 세균수는 급격히 늘어납니다.특히 각 목장의 탱크에 담긴 우유를 호스로 모으는 과정에서 오염은 더욱 심해집니다.”

그는 우유에 자신의 이름을 붙인 것도 장사가 잘 된다고 해서 저급한 우유의 생산량을 마구 늘리는 것을 자신의 명예를 걸고 막기 위한 때문이라고 했다.

“강성원이 누군데….”처음 이 우유를 보고 가진 일반 주부들의 의문과 달리 그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3공시절의 정치인 출신이다.

60,70년대 공화당 사무차장,8대 국회의원을 거친후 정치에 염증을 느껴 어느날 별안간 목부로 돌변했지만 그는 독학으로'우유 전문가'가 된 사람이다.

75년 목장을 낸 후 서울우유협동조합장.유가공협회장을 지낸 것도 이를 말해준다.그가'마약같은'정치를 잊기 위해 당시'가장 고통스런 농사'를 자진해 택한 것이 바로 젖소농사였다.

'젖소는 새끼를 안낳아도 젖을 내는 소'라고 생각할 정도로 문외한이었던 그가 8마리로 시작한 목장은 지금 20여만평에 6백여마리의 젖소(착유우는 3백마리)와 초현대식 공장을 갖춘 곳으로 자리잡았다.

“우유의 유통구조는 달라져야 합니다.전국에서 생산된 모든 우유가 쓸데없이 서울로 올라와 신선도는 떨어지고 유통 비용도 높아집니다.각 지역에서 생산된 우유는 일단 그 지역 사람들이 마시는'우유 속지주의'가 이뤄져야 소비자들은 보다 신

선하고 저렴한 우유를 마실 수 있어요.”

시장개방화시대에 농민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선 유통구조부터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는 틈틈이 예비 목부나 학생들을 위해 강단에 선다. 〈고혜련 기자〉

<사진설명>

정치인에서 어느날 갑자기 목부로 변신했던 강성원씨.최근'강성원우유'로 히트상품 생산자 대열에 들어섰다. 〈지정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