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멕시코서 일자리 8만 개 만든 비결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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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0일 민주당 대통령 경선에서 후보로 경쟁했다가 자신을 지지했던 빌 리처드슨(사진) 뉴멕시코 주지사를 상무장관 내정자로 발표하면서 이런 기대감을 밝혔다. 대선에도 도전했고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만 장관을 두 번(유엔 대사와 에너지 대사)했으며, 당초 국무장관 자리를 원했던 거물 정치인인 리처드슨이 왜 상무장관 직을 수락했을까. 그리고 그가 상무장관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이런 궁금증은 그가 ‘투자 유치의 달인’으로서 뉴멕시코에 8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는 점을 알면 다소 풀린다. 그는 자신이 목표로 정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물불을 안 가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뉴욕 타임스(NYT)는 최근 그의 투자 유치 노하우를 소개하면서 리처드슨이 이전 상무장관보다 훨씬 많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리처드슨은 정적이나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냉혹하고 고압적이라는 비판도 받지만, 일처리 능력만큼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일간 피츠버그 트리뷴-리뷰는 “리처드슨이 그의 야망과 능력을 통해 상무장관 역할을 새롭게 정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 프로젝트에 집중=그는 자잘한 프로젝트에 시간을 낭비하는 성격이 아니다. 앨버커키~산타페를 오가는 4억 달러 규모의 경전철, 민간 우주관광 상품을 이용할 승객들을 겨냥한 2억2500만 달러 규모의 우주여행용 공항 건설, 뉴멕시코를 허허벌판에서 영화산업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결정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또 인디언 원주민이 사는 황무지 앨버커키에 첨단 태양광패널 공장 단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뉴멕시코의 건조한 허허벌판 사막은 그의 열성적인 노력으로 아카데미 수상작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비롯해 영화와 드라마 115편 이상이 제작된 새로운 영화 산업 메카로 변신했다.

◆꼼꼼하게 직접 챙겨=거대한 투자 프로젝트를 유치할 때는 직접 나서서 세부 내용까지 직접 챙기는 스타일이다. 할리우드 영화사들을 상대할 때는 직접 찾아가 난감한 표정을 짓던 영화사 대표들을 일대일로 만났다. 1달러를 쓸 때마다 25센트의 세금을 환급하겠다는 혜택도 제시했다. 세트를 직접 방문하고 촬영 중인 영화사들이 조달품 허가와 관련된 규제에 봉착할 때마다 자신에게 직접 전화하도록 했다.

◆설득의 달인=그와 협상해본 적이 있는 경제계 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그에 대해 “일대일로 마주하면 설득당할 수밖에 없는 협상가”라고 말한다. 이런 그의 능력은 진작부터 조명을 받았다. 1982년 하원의원이 된 후 곧바로 ‘외교문제 해결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래서 포로 석방 협상 등 외교적으로 어려운 협상이 있을 때면 타개할 협상가로 지목받아 자주 불려 나갔다.

◆포기하지 않는다=리처드슨은 중간에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는다. 앨버커키에 유치하려 했던 1억 달러 규모의 태양광 패널 공장 프로젝트는 그가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할 때까지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민주당 뉴햄프셔 경선이 열리기 직전까지 공장 유치에 골몰했다. 그러곤 공장 건설 여부를 고민하던 쇼트 노스아메리카의 우도 웅게하우어 회장을 만나 무조건 손을 내밀며 “악수로 협상을 마무리하자”고 말하며 우격다짐 끝에 OK 사인을 받아냈다. 이는 그가 주지사가 되기 전에도 갖고 있던 특징이다. 2000년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앨 고어로부터 부통령 지명을 받는 데 실패하자 고향에 돌아와 주지사 선거에 나섰다. 이때 8시간 동안 1만2292명의 유권자와 악수해 기네스 기록을 세웠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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