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복제 매머드 사는 ‘홍적세 공원’ 50년 안에 가능해진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92호 20면

“쿵~쿵~쿵~쿵~.” 저 멀리 거대한 빙하 사이로 육중한 걸음을 옮기고 있는 거대한 털북숭이 매머드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모두 입을 다물지 못한다. 반대 방향의 산 중턱 동굴에선 네안데르탈인이 피우고 있는 듯한 불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고 있다. 검치호랑이의 예기치 않은 공격에도 끄떡없도록 특수 설계된 모노레일 버스는 관광객을 가득 실은 채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힌 커다란 표지판 앞을 지나고 있었다. “Welcome to the Pleistocene Park(홍적세 공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멸종동물 복원의 희망

1993년 개봉된 영화 ‘쥬라기 공원(Jurassic Park)’에서 공룡학자 그랜트 박사와 고식물학자 엘리 박사를 흥분시킨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트리세라톱스, 딜로포사우루스, 브론토사우루스, 벨로시랩터 등 복제 공룡들은 원작자 마이클 크라이튼의 상상력에서 비롯된 컴퓨터 그래픽의 산물이었다. 영화 속 코스타리카 서해안의 한 섬에 세워진 쥬라기 공원은 현실 속에서는 테마공원의 놀이시설로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매머드가 초기 인류와 함께 생활했던 신생대의 홍적세(약 200만~1만 년 전) 공원은 50년 후쯤 러시아 시베리아 벌판 어딘가에 진짜로 부활할지 모른다.

실제로 국내외의 많은 동물복제 연구자는 매머드 복제 가능성이 작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6500만여 년 전에 멸종된 공룡까지는 몰라도 1만여 년 전 빙하에 묻혀 사라진 매머드는 지구상에 되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될 만큼 인류의 동물복제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2005년 한 기업의 후원으로 러시아 과학자들과 함께 ‘매머드 창조 프로젝트’가 만들어지는 등 매머드 복제 연구가 가장 활발하다.

신생대 홍적세의 빙하기에 생존하다 1만여 년 전 멸종된 매머드는 초기 인류의 사냥 대상이기도 했다. 최근 동물복제 기술이 발달하고 시베리아 등에서 유전자를 얻을 수 있는 잔해가 발견되면서 매머드 복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중앙포토

그 선두주자인 이리타니 아키라 일본 긴키대 교수는 “DNA가 손상되지 않은 세포만 구할 수 있다면 매머드를 복제할 만한 기술력은 이미 확보돼 있다”고 말한다. 그는 2025년께, 늦어도 50년 이내에 새끼 복제 매머드가 태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영구 동토층의 얼음이 녹으면서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매머드의 뼈와 털 등 잔해들은 이러한 연구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시베리아 북서쪽 영구 동토층에서 태어난 지 6개월 정도 된 암컷 매머드의 사체가 비교적 잘 보존된 상태로 발견되기도 했다.

물론 매머드에게 진짜 숨을 불어넣기까지 가야 할 길은 멀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복제할 대상인 매머드의 완벽한 유전자 정보를 담은 세포핵이다. 지난달 초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와카야마 데루히코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냉동 생쥐의 복제에 성공함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는 얻었다. 지금까지 특수 약품으로 처리하지 않은 채 자연상태로 얼어붙은 동물의 세포는 그 속의 수분이 얼어 터져 버리기 때문에 유전자를 온전히 보존하지 못해 복제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와카야마 박사팀이 특수처리 없이 16년간 영하 20도에서 죽은 상태로 냉동돼 있던 생쥐의 뇌세포를 이용해 복제에 성공한 것이다. 건국대 이훈택(동물생명과학부)교수는 “매머드 복제에도 똑같은 기술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포핵을 자연상태로 얻지 못할 경우 조각나고 손상된 세포에서 온전한 유전자 정보를 복원해 인위적으로 세포핵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이 또한 첫 걸음은 내디뎠다. 지난달 20일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의 스티븐 슈스터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영국의 과학저널 ‘네이처’를 통해 매머드 표본에서 지놈(염색체에 담겨진 DNA 유전정보 전체)을 이루고 있는 47억 개의 염기(인간은 30억 개) 중 80% 정도의 서열을 알아냈다고 발표했다. 네안데르탈인의 지놈 염기서열도 일부 밝혀져 있다. 완벽한 지놈지도만 만들어 내면 인공 지놈, 나아가 세포핵 합성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현재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의 지놈 합성까지는 성공했다.

그 다음 단계는 난자와 대리모를 구하는 일이다. 과학자들은 매머드의 먼 친척인 코끼리에 이종복제 기술을 적용한다는 생각이다. 아프리카 코끼리보다는 아시아 코끼리가 유전적으로 더 가까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지금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갓 태어난 매머드는 코끼리 새끼와 비슷한 크기였을 것으로 추정돼 대리모로 코끼리를 이용하는 것도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다만 코끼리 난자나 대리모 역시 구하기 힘들고 코끼리의 임신 기간은 22개월이나 된다는 것 등이 난제다.

지난해 멸종 위기 동물인 늑대를 세계 최초로 복제한 서울대 연구팀의 신남식(야생동물학) 교수는 “오래전에 자연적으로 멸종된 공룡이나 매머드까지는 아니더라도 북극곰이나 시베리아 호랑이 등 인간의 무분별한 생태계 파괴로 최근 멸종됐거나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들을 복제기술로 되살리는 건 자연계의 다양성을 보존하는 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멸종(위기) 동물들의 경우 난자와 대리모 확보가 어려워 현재 복제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는 않지만 복제기술이 나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유전자만 충분히 확보해 둔다면 조만간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