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회장 조세포탈·뇌물공여 혐의로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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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포탈과 뇌물 공여 혐의로 구속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오른쪽에서 둘째)이 12일 밤 서울구치소로 가기 위해 서울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김성룡 기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12일 태광실업 박연차(63) 회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 포탈과 뇌물 공여 혐의로 구속했다. 박 회장은 이날 밤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서울중앙지법 홍승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제출된 증거와 신문 결과, 피의 사실이 충분히 소명된다”고 밝혔다. 이어 “사안의 중대성과 수사 진행 경과에 비춰 구속 수사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박 회장은 구치소로 향하기 직전 취재진에게 “착잡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혐의와 관련, “조세 포탈은 인정한다. 하지만 뇌물 공여와 주식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는 인정할 수 없다”고 답했다. 정치권 로비와 이른바 ‘리스트’ 의혹은 부인했다. 박 회장은 “로비는 없었다. 리스트도 없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은 2002년 홍콩에 차명으로 A사를 설립한 뒤 위장 거래를 통해 685억원의 이익 배당을 받고도 242억여원의 소득세를 내지 않는 등 2003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290억여원의 조세를 포탈한 혐의다. 포탈 세액에는 주식 차명 거래에 따른 양도소득세 47억2000여만원이 포함됐다. 검찰 조사 결과 박 회장은 2005년 세종증권 주식을 차명으로 거래해 170억여원의 시세 차익을 얻고 양도소득세 38억9000여만원을 내지 않았다.

또 휴켐스 주식 차명 거래로 34억여원의 차익을 얻고도 8억3000여만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 회장은 또 2006년 2월 서울의 S호텔에서 정대근(64·구속) 전 농협중앙회장을 만나 “농협의 자회사 휴켐스를 유리한 조건에 인수할 수 있게 도와 달라”는 청탁과 함께 20억원을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박 회장이 정 전 회장에게 건넨 돈은 100만원권 자기앞수표 2000장이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태광실업 측은 “차명주식 거래에 따른 양도세를 내지 않은 것은 세법을 잘 몰라서 벌어진 일”이라며 “정확한 미납 세액을 확인하는 대로 세금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치인 30여 명 정 전 회장 수감 때 면회=검찰은 또 2006~2007년 정 전 회장이 구속 수감돼 있는 기간에 그를 접견한 정치인 명단을 법무부로부터 넘겨받아 분석 중이다. 이 명단에는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 민주당 이광재 의원, 자유선진당 이용희 의원 등 30여 명의 정치인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최재경 수사기획관은 “면회 기록을 보는 것은 기본적인 수사 사항일 뿐이며, 정치인들이 연루된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승현·정선언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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