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동물복제 실험 어디까지 괜찮나- 생명의 본질 왜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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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인간은 무병장수하기를 소망한다.그리고 늙지 않기를 바란다.그래서 질병을 치유하기 위해 인간의 신체적 비밀을 파악하고 더 나아가 인간생명의 근원과 구조를 이해하려 애쓴다.지금 지구촌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인간복제 문제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생명공학을 연구하는 일부 과학자들은 그들이 이뤄놓은 연구성과가 인간까지도 복제할 수 있다는 비판을 불치병을 고쳐 2백살까지 살 수 있다는 말로 정당화시키려 하고 있다.

사실 인간복제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이번에 갑작스럽게 대두된 것이 아니다.93년 미국의 한 대학에서 배자 세포 분리에 성공함으로써 배자를 분할해 임신해있는 동안 유전자적으로 동일한 실체를 만들 수 있다는 방법을 예시했다.이 연구가

머잖아 인간 복제를 가능하게 하는 지표로 알려지면서 종교계를 비롯,인간의 존엄성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여러곳에서 반대하는 일이 일어났다.

이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염려한대로 인간복제 가능성이 지금 또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그것은 영국을 비롯해 미국.대만등 많은 나라에서 실제로,또는 잠정적으로 인간 복제가 가능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최근 양을 복제하고

원숭이를 복제하는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그같은 소식을 접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인간 복제가 가능하고,이는 멀지 않았다고 느끼고 있다.인간 복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은 그러한 연구를 위해 정부돈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중요한 것은 인간 복제를 가능케 하는 연구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지만 그것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으리라는 것이다.그러나 그것은 에너지의 비밀을 연구하려던 결과가 인류를 공포속

에 몰아넣는 원자탄을 생산해낸 것처럼 위험천만한 것이다.

인간 복제 연구가 정당화될 수 없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우선 인간을 복제하려는 것은 인간생명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것이라는 점이다.인체 연구의 핵심은 생명을 관리하는데 집중되어야 함에도 생명공학은 인체에 대한 불필요한 조작을 넘

어 생명의 창조까지를 넘보며 그것을 정당화하고 있다.또 인간 복제는 생명의 유일회성과 존엄성을 파괴하는 행위다.생명은 하느님의 창조행위를 통해 유일회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며 이러한 근거에서 존엄성을 갖는다.따라서 인간생명의 근원을 파

헤치고 그것을 복제하는데까지 나아가고 있는 생명공학은 그 한계를 지켜야 한다.

인간을 복제할 경우 나타나는 혼돈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일 것이다.자연의 질서를 송두리째 흔들어버릴지도 모른다.원숭이를 복제해 동일한 실체를 만들었지만 행동은 다르게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도 있다.잘못하면 인간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으며 그 파장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사회적.심리적 부작용 또한 큰 문제다.인간은 부모의 결합으로 생산돼 사랑을 받고 혈육관계를 맺으며 다른 사회구성원과 공동체를 형성하며 생활하는 존재다.인간 복제는 기술에 의존한 탄생의 차별성 때문에 인간관계가 파괴되고 기능과 능력을 지나치게 숭상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생명공학이 인간을 복제하는 수준으로 진전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그 남용과 오용을 방지할 법적 장치와 감시망을 갖추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다가왔음을 알아야 한다. 맹용길〈長神大 교수.생명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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