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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금도를 지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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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어떤 일을 어찌할 수 없이 행하더라도 적당한 한계를 두고 해야 한다는 의미로 ‘금도’라는 단어를 쓰는 경우가 흔하다.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ㄱ. 그동안 정치적 독립이 필요한 부분은 엄격하게 통제하고 금도를 지켜왔다.

ㄴ. 이 총재도 “전직 대통령으로서 금도를 벗어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ㄷ. 결국 이번 사태는 이런 금도가 깨지면서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의 금도는 의미로 따져 보아 한자로 쓴다면 ‘禁度’쯤이 될 듯한데 이런 단어는 사실은 사전에 실려 있지 않다. 원래 ‘금도(襟度)’는 ‘다른 사람을 포용할 만한 도량’이라는 뜻을 지닌 단어다. 그래서 “그 신하는 아랫사람의 잘못을 넌지시 덮어주는 왕의 금도에 감격했다”처럼 써야 한다.

‘襟’은 ‘옷깃’을 말하므로 옷깃이 넓어서 다른 사람을 품어줄 수 있다고 상상하면 되겠다. ㄱ, ㄴ, ㄷ의 경우 ‘한계’ ‘절제’ 등 문맥에 맞춰 쓸 수 있는 말이 많이 있으므로 ‘금도를 지키다’ ‘금도를 벗어나다’ 등의 잘못된 표현은 피하는 게 좋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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