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미국, 핵폐기물 거래 강력한 조치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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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미국은 지금까지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북한의 대만 핵폐기물 반입사태를 기회로 포괄적인 새로운 국제 핵질서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비핵확산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미국은 핵무기뿐만 아니라 핵폐기물 이전등 핵에 관한 국가간의 모든 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최근 북한.대만간 핵폐기물 거래가 나쁜 선례로 남지 않도록 이제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북한의 핵폐기물 반입 시도는 빈사상태의 경제 문제를 풀기 위한 하나의 돌파구라는 측면도 없지 않지만 그 이면에 더 중요한 또 다른 저의가 있지 않은가 생각된다.지금까지'제네바 핵 합의' 카드를 무기삼아 한반도 안보와 세계평화를 위

협하며 정권유지보장및 식량구걸외교를 벌여온 북한정권이 점차 약발이 떨어지자 이번에는'대만 핵폐기물'이라는 새로운 협상카드를 들고 나온 듯하다.그들은 한국.대만간 관계를 악화시킬 핵폐기물 거래 술책을 통해 한국정부의 강경자세를 누그러

뜨리는 한편 이를 대미(對美)협상카드로 활용하기 위한 고도의 전술 전략을 채택한 것이다.

국제적 문제아 북한의 도발작태에 대해 클린턴 미행정부는 지나치게 관대한 대북(對北) 유화정책으로 일관함으로써 한국 국민의 불신을 더욱 깊이 사고 있다.북한에 대해 미국은 처음부터 강력하게 경고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초기에는 소극적

인 논평에 그쳤다.물론 후에 미국 국무부는“핵폐기물을 받아들이는 측(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규정과 국제관행에 맞는 안전기준에 따라 처리할 수 있을지를 대만측은 유념하길 충고한다”고 논평했다.

대만의 안보와 평화에 절대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미국이 대만에 대해 좀 더 강한 외교적 압박을 가하면 이번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현실적으로 대만은 미국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지난해 3월 대만해협에서 중국이

미사일 발사시험등 무력시위를 해 긴장이 고조되자 미국은 미 7함대를 중심으로 한 항공모함 인디펜던스호를 급파하고 페르시아만에서 작전중이던 니미츠 항공모함 선단을 대만해협으로 증파하는등 베트남전 이래 동아시아에서 최대 규모의 미해군

력을 동원,역(逆)압력 군사 시위로 중국을 견제하면서 대만을 위기에서 구해주었다.

북한측의 대만 핵폐기물 매립이 미국의 국가안보에 당장 위협이 되지 않으므로 미국이 직접 개입할 국제적 문제가 아니라는 태도는 잘못이다.또한 미국의 동맹국인 한.대만 양국의 관계 악화는 미국의 국익과 관련한 동북아 안보전략에도 역기능으로 작용할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미국은 이제 동북아 안보차원에서라도 세계유일 초강대국으로서 국제관례상 부당한 핵폐기물 거래를 차단시킬 강한 외교적 조치를 하루 빨리 취해야 할 것이다. 장 병 욱〈한국외국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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