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자리에 도전한 민주당의 존 케리 상원의원을 그림자처럼 보좌하는 수행비서 마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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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2일(현지시간) 환경보호에 대한 연설을 하기 위해 뉴햄프셔 삼림보호센터를 찾은 존 케리 상원의원(가운데 오른쪽)이 수행비서 마빈 니컬슨(왼쪽)과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AP]

미국 대통령 자리에 도전한 민주당의 존 케리 상원의원을 그림자처럼 보좌하는 수행비서 마빈 니컬슨(32)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LA 타임스는 25일(현지시간) "골프 캐디와 윈드서핑용품점 점원 출신에 정치 문외한인 니컬슨이 케리 의원의 개인비서로 변신했다"고 보도했다.

202cm의 거구인 니컬슨은 감기약.붕대.바느질 도구.필기구 등 필수품은 물론 땅콩버터 샌드위치와 입술이 틀 때 바르는 연고까지 챙겨넣은 검은색 가방을 어깨에 멘 채 케리 의원을 하루 18시간씩 따라다니며 보살핀다.

이처럼 정치인을 밀착 수행하며 챙겨주는 니컬슨 같은 이를 미국 정가에선 '보디 맨(body man)'이라 부른다. 조지 부시 대통령 역시 2000년 대선 기간 중 로건 월터스라는 개인 비서에게 크게 의존한 바 있다.

하지만 니컬슨은 특유의 과묵함과 침착함, 케리 의원 일가에 대한 충직함에서 다른 '보디 맨'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게 측근들의 평가다.

뉴 햄프셔주의 혹독한 겨울 날씨에도 묵묵히 감기약과 주스를 사러 나가거나, 아이오와주 유세기간 중 칭얼대는 케리 의원의 딸 바네사를 풍선껌으로 요령있게 달랜 사람도 바로 그였다.

니컬슨에 대한 케리 의원의 신뢰는 대단하다. "니컬슨은 단지 나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넓은 의미의 가족"이라고 말할 정도다.

캐나다 밴쿠버 출신인 니컬슨은 1998년 여자친구를 따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로 건너와 윈드서핑용품점에서 일할 때 우연히 그곳에 들른 케리 의원과 처음 만났다.

얼마 후 서핑용 보드를 케리 의원에게 배달한 뒤 함께 윈드서핑을 즐겼으며, 이듬해 한 골프 클럽에서 캐디와 골퍼로 재회했다. 이때 케리 의원에게서 워싱턴행을 권유받은 니컬슨은 그의 운전사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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