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가까이하다 … 노건평씨와 71년부터 친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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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의 신발 제조업체 오너인 박 회장이 이렇게 된 이유는 뭘까. 검찰 관계자는 “권력에 너무 가까이 갔었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조세 포탈, 증권거래법 위반, 뇌물 공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10일 밤 15시간에 걸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 회장은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박 회장은 1970년대부터 노무현 대통령의 형 건평(66·구속)씨와 친분을 유지해 왔다. 박 회장은 71년 경남 김해에 신발회사인 정일산업(태광실업의 전신)을 설립했다. 당시 박 회장은 영남 지역 세무서에서 근무하던 건평씨를 알게 됐다.

박 회장은 88년 3월 노씨로부터 “동생의 총선 출마자금으로 써야 한다”는 부탁을 받고 노씨의 김해 한림면 임야를 4억5000만원에 사줬다. 이때부터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나섰다. 대선을 앞둔 2002년 4월에는 거제도 구조라 해변의 건평씨 별장을 10억원에 매입해 주기도 했다.

또 2002년 12월과 2003년 3월 직접 불법 대선자금 7억원을 측근 안희정(44)씨를 통해 전달한 혐의로 처벌받았다. 이처럼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였던 박 회장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자 실세로 군림했다.

초등학교 학력이 전부인 박 회장은 노무현 정부 때 골프장 건립과 정밀화학업 진출 등 사업 영역을 넓혔다. 2005년 6~12월 세종증권 주식 197만 주를 샀다가 팔아 200억원대의 시세 차익을 올렸다. 그 돈을 종잣돈으로 해서 이듬해 7월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 인수에 성공했다. 주식 거래를 하던 2005년 10월에는 김해에 정산CC를 개장해 골프장도 갖게 됐다. 박 회장의 셋째 딸은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에 의해 발탁돼 청와대 직원으로 일했다. 이를 두고 ‘특혜성 채용’ 논란이 일었었다.


또 사돈 김정복씨는 중부지방국세청장에서 국가보훈처장으로 영전했다. 지난해 12월엔 박 회장이 국내선 비행기 안에서 만취 상태로 소란을 피웠다. 경찰 수사 대상이었지만 오히려 경찰이 박 회장에게 “화를 삭이라”며 달랬다고 한다. 박 회장은 최근 이 사건으로 항소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일련의 사업 확장 과정에서 박 회장이 노씨와 정대근 전 회장, 부산·경남 지역의 정·관계 인사들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휴켐스 인수 때 정·관계 인사들의 로비가 있었는지를 캐고 있다.

정효식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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